트래비스 [사진제공=옐로우9]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혼연일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공연이었다. 트래비스와 5000여 팬들이 하나가 돼 어우러졌다. 밴드와 관객, 무대와 객석, 스코틀랜드와 서울의 경계가 무너졌다. 관객은 밴드의 일원이 돼 노래를 따라 불렀고, 밴드는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을 구경하며 즐거워했다.
삼일절 오후 6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트래비스의 첫 번째 단독 내한공연이 열렸다. 지난해 여름 펜타포트록페스티벌에서 다시 한국을 찾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지난해 9월 발표한 여섯 번째 정규앨범 '오드 투 J. 스미스(Ode to J. Smith)'로 공연 레퍼토리를 늘린 뒤 갖는 첫 번째 공연이다.
예정된 시각보다 10여분 늦게 시작한 공연은 새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차이니스 블루스(Chinese Blues)'로 시작해 두 번째 트랙 'J. 스미스'로 이어지며 공연 초부터 팬들을 열광시켰다. 프랜시스 힐리(보컬, 기타), 더글러스 페인(베이스), 앤드류 던롭(기타), 닐 프림로즈(드럼) 그리고 객원 키보디스트까지 5명의 연주자들은 한국 팬들의 환호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춤추고 싶나'라고 외친 힐리는 이기 팝의 '러스트 포 라이프(Lust for Life)'의 드럼 비트에서 인트로를 따온 '셀피시 진(Selfish Jean)'을 시작으로 히트곡 퍼레이드를 펼쳐나갔다. 오아시스의 '원더월(Wonderwall)'의 도입부와 흡사한 '라이팅 투 리치 유(Writing to Reach You)' 그리고 '리-오펜더(Re-Offender)'가 공연장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새 앨범의 첫 싱글 '썸씽 애니씽(Something Anything)'은 지난 펜타포트록페스티벌에서도 연주했던 곡으로 객석의 열기는 이미 절정에 올라 있었다.
트래비스 [사진제공=옐로우9]
'롱 웨이 다운(Long Way Down)'과 '러브 윌 컴 쓰루(Love Will Come Through)'를 이어 부른 힐리는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또한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초면일 테니 인사라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의미심장한 주문을 한 뒤 다섯 번째 앨범의 최고 히트곡 '클로저(Closer)'를 팬들과 함께 열창했다.
후렴구에 이르자 수많은 팬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종이조각들을 눈처럼 뿌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싸늘한 에딘버러의 공기를 이식한 듯 감성적인 록 음악을 연주하는 트래비스의 공연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팬들의 열정에 감동한 힐리는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 모두 모아서 집에 가져가야겠다"고 말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시 한 번 팬들과 초기 히트곡 '사이드(Side)'와 '드리프트우드(Driftwood)'를 함께 부른 힐리는 잠시 기타를 내려놓고 키보드 연주에 맞춰 '폴링 다운(Falling Down)'을 부르던 중 객석으로 내려가 팬들 사이에서 열창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공연은 이들의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싱(Sing)'을 관객의 합창과 함께 연주하며 또 한 번 절정에 다달랐다. "놀랍다(Amazing)"는 말로 연신 기쁨을 표현한 프랜시스 힐리는 밴드와 함께 '마이 아이스(My Eyes)', '송 투 셀프(Song to Self)' '비포 유 워 영(Before You Were Young)'을 연주한 다음 또 다시 팬들의 합창과 함께 '턴(Turn)'을 연주하며 70여분간의 본 공연을 마무리했다.
첫 번째 앙코르 무대는 싱글 B사이드곡인 '20'과 '링 아웃 더 벨(Ring out the Bell)'로 시작됐다. 이어 트래비스는 데뷔앨범의 히트곡 '올 아이 원투 두 이스 록(All I Want to Do Is Rock)'을 연주하며 묵직한 록의 열기를 뿜어냈다. 다섯 번째 앨범에 수록된 마지막 두 곡 '슬라이드 쇼(Slide Show)', '블루 플래싱 라이트(Blue Flashing Light)'를 연주한 뒤 트래비스가 무대 뒤로 다시 사라지자 팬들은 '트래비스'를 연호하며 두 번째 앙코르를 이끌어냈다.
트래비스 [사진제공=옐로우9]
어쿠스틱 기타를 맨 힐리를 중심으로 다섯 연주자가 마이크 스탠드 앞에 모여 '싸랑해요'를 외치자 팬들은 환성을 질렀다. 기타 연주와 팬들의 합창을 반주로 '플라워스 인 더 윈도(Flowers in the Window)'를 부른 트래비스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이들의 대표곡인 '와이 더스 잇 올웨이스 레인 온 미?(Why Does It Always Rain on Me?)'를 연주해 객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힐리는 마지막 후렴구를 부르기 전 "우리 공연에 와 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는지 알 것이다"라며 점프를 유도했다. '플라워스 인 더 윈도'를 부를 땐 또 다시 종이비행기와 종이조각들이 1층 객석 위를 장식했고, '와이 더스 잇 올웨이스 레인 온 미'에는 생수통의 물이 비처럼 객석 위로 흩날렸다.
프랜시스 힐리는 "대단하다. 이런 공연은 아주 드문 경험이다. 정말 감동받았다. 종이비행기와 종이조각들… 믿을 수 없다. 여러분 같은 관객은 정말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친한 뮤지션들에게 꼭 한국에 와보라고 말하겠다. 우리도 또 오겠다"며 감격의 인사말을 전하며 무대 뒤로 돌아갔다.
그러나 팬들은 이들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 자리를 뜨지 않고 앙코르를 외치며 마침내 세 번째 앙코르 무대를 만들어냈다. 힐리는 "특별한 노래"라며 데뷔앨범에 수록된 '해피'(Happy)를 관객들과 함께 불렀다. 한국을 찾은 트래비스와 이들을 맞이한 팬들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는 곡이었을 것이다. 두 시간에 이르는 공연은 땀과 흥분, 열정으로 뒤범벅된 채 마무리됐다. 트래비스에게도 팬들에게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최상의 록 공연이었다.
트래비스 [사진제공=옐로우9]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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