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기 '이미지 변신? 겨우 영화 3편 했을 뿐'(인터뷰)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이민기에게는 양면성이 있다. 굳이 할리우드 배우와 비교하자면 애쉬턴 커처와 비슷하다. 우선 모델 출신 배우라는 공통점이 있다. 코미디 영화에 어울릴 만한 어수룩한 이미지와 모델 특유의 날 선 느낌이 공존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뚜렷한 양면성에도 불구하고 이민기는 주로 전자의 이미지 위주로 소비돼 왔다. 드라마 '태릉 선수촌' '진짜 진짜 좋아해' '얼렁뚱땅 흥신소', 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 '로맨틱 아일랜드' 등에서 그는 귀엽고 어수룩하며 엉뚱한 20대 청년으로 '배우 이민기'의 정체성을 조금씩 만들어갔다. ◆ "어수룩한 이미지가 나쁘진 않죠" 중첩된 이미지가 조금씩 반복되자 픽션 속의 이민기와 논픽션의 이민기를 혼동하는 시선이 늘어갔다. 그는 "'로맨틱 아일랜드' 홍보를 위해 인터뷰를 했을 때는 같은 역할을 계속 하는 게 지겹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연기를 10년 넘게 한 것도 아니고 이제 겨우 영화 2편과 드라마 몇 편 했는데 무슨 변신이 필요하나 싶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이민기는 치밀한 야심가보다는 고집스런 낙천주의자 같았다. 그는 "어수룩한 이미지가 있었기에 '로맨틱 아일랜드'에 출연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며 "그게 나쁜 건 아닌 것 같다"고 오히려 긍정의 뜻을 남겼다. 그의 말처럼 20대 중반의 배우가 이미지 정체를 걱정하는 건 쓸데 없는 짓이다. 배우의 이미지란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 '오이시맨'은 그것을 증명할 만한 영화라 할 수 있다. ◆ "'오이시맨', 따뜻한 일상의 느낌이 좋았어요" 막막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일본 홋카이도로 떠난 남자와 단조로운 시골마을에서 외로운 삶을 사는 여자의 만남과 교감을 그린 이 영화에서 그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이케와키 치즈루와 함께 연기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이민기는 좌절에 빠진 청년이고, 친절하기보다는 까칠한 남자이며, 말끔하고 귀여운 연하남이 아니라 담배와 술, 지저분한 단칸방의 먼지에 찌든 '루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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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음악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던 매니저 형이 대본을 하나 줬어요. 제가 좋아할 것 같았대요. 원래 저한테 먼저 온 건 아니고 다른 배우가 하기로 돼 있어서 별 생각 없이 읽어봤죠. 시나리오를 보니 드러내놓고 웃거나 우는 부분이 없더라고요. 심심하긴 한데 살짝 따뜻한 기분이 들었죠. 그게 뭘까 생각해봤는데 '일상'인 것 같았어요." '오이시맨'을 찍기 위해 평소 피우지 않는 담배를 하루에 한 갑씩 피우다 잠시 골초가 되기도 했고 '청력을 잃게 되는 록밴드 보컬리스트'라는 인물설정에 맞게 한 달간 보컬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다. 기타도 이 영화를 계기로 배우게 됐다. 연기도 하고 평소 좋아하던 음악도 할 수 있었으니 일석이조였다. ◆ 이민기, 솔직하고 고집스런 자유주의자 최근엔 일본 뮤지션 프리템포의 곡에 피처링을 한 데 이어 싱글 '위 캔트 포겟 더 리즌(We Can't Forget the Reason)'을 발표했다. "가수를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단지 음악을 너무 하고 싶었어요. 해본 적도 없고 아는 것도 하나 없는데 그냥 하고 싶은 거 있잖아요. 기타도 배우기 시작하니까 음악을 들을 때 코드 진행도 들리더라고요. 재미있어요. 이렇게 하다 보면 나도 음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싱글도 낸 겁니다." 이민기는 솔직하고 고집스런 자유주의자처럼 보였다. '어리버리하다'는 표현보다는 약삭빠르지 않고 천진난만하다라는 표현이 조금은 더 어울려 보였다. '오이시맨'을 마친 이민기는 재난영화 '해운대'를 끝내고 스릴러 '10억'을 준비 중이다. 뚜렷한 야심이 보이는 필모그래피는 아니다. 그는 수직선보다 수평선에 가까운 배우다. 정형화된 틀을 만들고 앞만 보고 달리는 수많은 배우들 속에서 그가 독특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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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r></center>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영상 윤태희 기자 th20022@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대중문화부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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