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올 초 극장가의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다르다. 설 연휴를 노리는 한국영화들과 외화들이 북적거리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영화는 '유감스러운 도시' 단 한 편뿐. 여기에 중국영화 '적벽대전2: 최후의 결전'과 할리우드영화 '작전명 발키리'만이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 '과속스캔들', '쌍화점'과 경쟁을 펼친다.
한국영화의 치열한 경쟁은 2월부터 시작된다. 2월 한달간 메이저급 상업영화만 4편이 맞붙는다. '마린보이'와 '키친'이 5일 개봉하고 '작전' '핸드폰'이 각각 1주차로 뒤를 잇는다. 한국영화 극장가 빅뱅이 비로소 2월에야 시작되는 것이다.
◆ '마린보이' vs '키친', 미녀와 두 남자
2월 첫째 주에는 오랜만에 한국영화 두 편이 나란히 개봉한다.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처음으로 두 편의 한국영화가 맞대결을 펼친다. 장르는 스릴러와 로맨스 드라마로 전혀 다르지만 미녀를 사이에 둔 두 남자의 신경전이 펼쳐진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다.
'마린보이'는 전직 국가대표 수영선수가 도박빚을 지고 마약 운반을 떠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강우가 목숨을 걸고 마약을 운반하는 전직 수영선수 천수 역을 맡았고, 마약 사업가 강사장과 그의 보호를 받는 치명적인 매력의 여인 유리로는 각각 조재현과 박시연이 출연한다.
'키친'은 부엌이라는 공간을 두고 한 여자가 두 남자와 사랑에 빠지며 생기는 사건을 섬세한 심리묘사로 포착한 작품이다. 한 동네에서 '오빠 동생' 사이로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다 결혼한 부부로 신민아와 김태우가 출연하고, 주지훈은 펀드매니저에서 일급 요리사로 변신하려는 김태우의 요리 스승으로 등장한다.
◆ '작전' vs '핸드폰', 미네르바 혹은 전지현
12일 개봉하는 '작전'과 19일 개봉하는 '핸드폰'은 시대상을 반영하는 영화라 눈길을 끈다. 두 영화와 현실 세계 사이의 연결고리를 키워드로 정의하자면 '미네르바'와 '전지현'을 들 수 있다. 물론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주식투자의 세계에서 작전 세력과 개미 투자자의 한판 승부를 통쾌하게 그린 '작전'은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미네르바'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미네르바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예견하며 개미 투자자들의 추앙을 받던 온라인 논객. 개미 투자자의 입장에 섰던 관객이라면 '작전'의 통쾌한 한판 승부에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박용하, 김민정, 박희순 등이 출연한다.
'핸드폰'은 연예기획사의 연예인 휴대전화 도청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과 묘하게 맞물리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연예계 매니지먼트 사장으로 엄태웅이 출연하고, 그의 휴대전화를 줍게 된 남자 역은 박용우가 맡았다. '핸드폰'에는 휴대전화 복제라는 설정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휴대전화가 연예인의 사생활 유출에 악용될 수 있는 사례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녀 눈길을 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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