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항전 한국, 미국, 호주 완파 우승
쭈타누깐 자매와 티띠꾼 신구 조화 탁월
자연 환경, 만만디 국민성, 정부와 기업 지원
태국 여자 골프의 힘이 대단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태국은 지난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TPC 하딩 파크에서 끝난 여자 골프 국가대항전 한화 라이프플러스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우승했다. 모리야-에리야 쭈타누깐 자매와 아타야 티띠꾼, 패티 타와타나낏을 앞세워 정상에 올랐다.
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일본, 한국, 호주를 차례로 격파했다. 4강전에서 미국, 결승전에서 다시 호주를 제압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 대회 12경기를 치르면서 11승 1패의 엄청난 성적이다. 고진영, 전인지, 김효주, 최혜진이 나선 디펜딩 챔피언 한국도 태국의 기세에 눌렸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미국도 넬리 코다, 릴리아 부, 렉시 톰프슨, 대니엘 강을 내세웠지만 한 경기를 승리하는데 그쳤다. 태국이 이렇게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골프의 변방에서 이젠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태국 여자 골프의 힘을 분석했다.
태국은 화수분의 나라다. 좋은 선수들이 계속 배출되고 있다. 무엇보다 신구의 조화가 돋보인다. 에리야는 ‘태국의 박세리’로 불린다. 2016년 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 챔프에 등극하는 등 시즌 5승을 쓸어 담아 상금퀸과 올해의 선수, CME 글로브 레이스 1위를 모조리 석권했다. 이후 꾸준하게 승수를 쌓아 올려 LPGA투어 통산 12승 챔프다. 에리야의 언니 모리야도 2승을 거뒀다. 2021년 ISPS 한다 월드 인비테이셔널 우승자 파자리 아난나루칸, 포나농 파트룸 등이 정규투어에서 뛰고 있다.
요즘은 신예들의 상승세가 돋보인다. 타와타나낏은 호쾌한 장타를 앞세워 2021년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을 접수했고, 티티꾼은 지난해 미국 무대에 데뷔해 2승을 올리며 신인왕에 등극했다. 나타끄리타 웡타위랍, 자라비 분찬트, 차네티 완나사엔, 파바리사 요크튜안, 아르피차야 유볼 등은 지난해 12월 LPGA 퀄리파잉(Q)시리즈를 통과해 시드를 확보했다. 티띠꾼은 "우리가 세계 최고의 팀이다. 세계 어떤 나라도 꺾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태국은 골프에 전념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1년 내내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돈이 많지 않아도 골프를 할 수 있다. 엄청난 실전 라운드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트러블 상황에서 창의적인 샷을 구사한다. 쇼트게임이 탁월한 이유다. 최근 체격조건이 좋아지면서 단점으로 지적됐던 비거리 문제까지 해결됐다. 쭈타누깐과 타와타나낏, 티띠꾼, 웡타위랍 등은 실제 투어 정상급의 ‘장타 파워’를 구사하고 있다. 타와타나낏은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 당시 평균 드라이브 샷 비거리 323야드를 기록했다. 올해 장타 부문에서 웡타위랍은 4위(281.96야드)다.
태국의 ‘만만디’ 국민성은 골프와 궁합이 맞는다. "여유롭고, 집중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종교적인 배경이 도움이 된다는 게 재미있다. 절에서 정신수양을 받고 있다. 수도자의 경험이 골프에 큰 도움을 준다. 부모들이 자녀의 조기 교육에 ‘올인’하는 모습은 마치 한국과 비슷하다. 태국 선수들이 최연소 기록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티띠꾼은 14세 때 유럽여자투어에서 우승했다. 쭈타누깐은 "인생을 포기한 부모님의 희생이 있어서 성공할 수 있었다"며 "차까지 팔아서 우리 자매를 지원해 주셨다"고 했다.
골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우호적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어머니 쿨티다는 태국 사람이다. 자연스럽게 태국 국민들은 골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2016년 10월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사망했을 때 에리야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에리야의 성공에 존경심을 표하면서 ‘국민영웅’으로 칭했다. 싱하맥주로 유명한 산티 비롬박디 싱하그룹 회장이 숨은 공로자다. 수많은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비시즌에 대표급 선수들이 함께 모여 경쟁할 수 있는 훈련 캠프도 제공한다. 싱하투어를 창설해 태국 골프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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