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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가상화폐 규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수정 2021.05.06 11:30입력 2021.05.06 11:30
[광장]가상화폐 규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최근 "가상자산 매매는 투자가 아닌 잘못된 길이며 어른들이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이 구설수에 올랐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부동산 투자의 길이 막힌 후 가상자산 투자에 소위 ‘몰빵’한 20, 30대의 분노를 달래야 하는 시점에 오히려 그들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결과가 돼 버렸다. 최근 가상화폐, 그것도 이름 없는 코인들의 이해할 수 없는 급격한 상승 등 지나친 변동성과 다단계 조직을 통한 코인 사기 등 너무나 혼탁한 현실을 볼 때 금융당국 수장의 우려도 이해할 만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혼란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됐을까. 안타깝게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혼탁한 시장의 현실에는 정부의 책임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에게는 이미 4년 전에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올바른 규제를 정립하고 시장의 혼탁을 방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었다. 가상화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었고 이에 놀란 정부가 이에 대한 올바른 규제를 정립하는 대신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을 비롯해 가상화폐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면서 적절한 규제가 도입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게 됐다.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적절한 규제 없이 그 존재를 사실상 부정하거나 거래소에 대해 은행을 통한 간접통제 방침을 고수하면서 우리나라의 가상화폐 시장은 더욱 음성화됐다. 시장은 혼탁해지고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아무런 보호 없이 방치되는 상황이 계속됐다.

그 와중에 자금 세탁방지에 관한 국제기구에 해당하는 FATF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자금세탁방지규제 도입을 권고하면서 우리나라도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개정되면서 가상화폐 사업자에 대한 신고제가 시행됐다. 이 역시 가상자산 및 사업자에 대한 올바른 규제와 투자자 보호장치가 도입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지만 정부는 특금법은 FATF의 권고에 따라 가상화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규제를 도입한 것 뿐 가상화폐를 제도화하는 취지는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투기의 공포에 사로잡혀 특금법 제정 이외에 우리나라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여러 국가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기초적인 규제를 넘어 본격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다음 단계의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바로 증권적 성격을 가지는 가상화폐(증권형 토큰) 및 이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웃국가인 싱가포르와 홍콩은 증권형 토큰을 취급하는 플랫폼에 대해 증권법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면서 자격을 갖춘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허가를 내주기 시작했고 우리와 비슷한 법제를 가지고 있는 일본마저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을 통해 증권형 토큰을 유가증권으로 취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이웃나라들의 움직임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만일 이들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규제를 통해 증권형 토큰이 본격적으로 거래소에서 거래가 되기 시작한다면 이는 현재 존재하는 부동산, 동산, 증권 등 모든 형태의 자산이 증권형 토큰을 통해 가상자산화돼 거래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현존하는 모든 자산의 유동화(Securitization), 토큰화(Tokenization)를 의미한다. 새로운 디지털 자산 시장을 선점한 우리 이웃국가들과 우리의 차이는 그 후 수십년간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19세기에 개항과 변화를 거부하고 쇄국정책을 택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이웃나라의 침략과 점령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었다. 후진국은 과거와 현재의 현실, 그리고 공포에 발목 잡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반면 선진국은 미래를 바라보면서 불확실한 현재를 규율하고 통제하기 위해 먼저 제도를 마련하는 것에 그 차이가 있다. 이제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우리나라가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미래의 디지털 자산 시대를 현명하게 준비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조정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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