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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155>뇌세포 재생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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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155>뇌세포 재생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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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세포인 뉴런이 죽거나 기능을 상실하면 기억이나 의사 결정과 같은 인식능력을 차츰 잃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뉴런 퇴화(neurodegeneration)라 부른다. 오늘날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헌팅턴병과 같은 뉴런 퇴화 질병 환자가 급증하면서 삶의 질이 심각하게 낮아지고,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는데, 이런 질병에 대한 마땅한 치유 방법은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세포들은 수명이 다하거나 다치거나 독성물질에 노출되거나 영양이나 산소 부족, 스트레스 등 여러 이유로 끊임없이 죽거나 손상된다. 하나의 세포에 들어있는 60억 개의 DNA 가운데 하루 동안 수십만 개가 손상되는데, 이처럼 손상되는 세포들이 정상으로 회복되고, 죽은 세포들의 자리는 새 세포로 채워지기 때문에 우리는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뉴런도 다른 세포와 마찬가지로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퇴화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끊임없이 회복(neurorestoration)되고, 적응(neuroplasticity)하며, 새로 생성(neurogenesis)되는 방법으로 재생(neuroregeneration)되기 때문에 우리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데,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뉴런의 회복은 뉴런을 구성하고 있는 DNA의 일부가 손상되었을 때 정상적인 상태로 복구되는 것으로 다른 세포와 별 차이가 없다. 뉴런의 적응은 어떤 뉴런이 다른 뉴런들과 새로운 연결을 만들거나 기존의 연결을 강화하여 뉴런 사이에 소통 기능이 향상되는 것을 뜻하는데, 뉴런의 의사소통 특성 때문에 다른 세포와 달리 뉴런만이 가지고 있는 기능이다.


뉴런의 생성은 죽은 뉴런을 대신해 줄 뉴런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을 말하는데, 만들어지는 방법이 대부분의 세포와 다르다. 세포가 죽으면 남아있는 세포가 분열하여 죽은 세포를 대체하는 방법으로 재생되는 다른 세포들과 달리 뉴런은 태아 때 대부분 만들어져 사람이 죽을 때까지 살고 분열하지 않는데, 이 때문에 20년 전까지도 뉴런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을 알지 못했다.


20세기 중반까지도 과학자들은 새 뉴런이 만들어지는 것은 태아와 유아기에 한정된다고 믿고 있었는데, 새와 쥐, 원숭이의 어른 뇌에서 뉴런의 생성이 차례로 확인되면서 100년 가까이 지켜져 온 ‘어른의 뇌에서는 뉴런이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신화가 깨지게 되었다. 1998년에는 마침내 사람 어른의 뇌에서도 새 뉴런이 만들어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뉴런이 새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된 것은 뉴런은 일반적인 세포와 달리 직접 분열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뉴런이 죽어 새 뉴런이 필요하게 되면 여러 단계의 신비스러운 과정을 거쳐 새 뉴런이 만들어져 뉴런의 기능이 정상화된다.


뇌 해마와 같은 특별한 영역에서 잠자고 있던 신경줄기세포가 활성화되어 세포 분열하는 방법으로 증식한 다음, 특수한 형태의 필요한 뉴런으로 분화된다. 새로 만들어진 뉴런은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여 다른 뉴런과 소통이 가능한 전형적인 형태로 성숙한 다음, 다른 뉴런과 필요한 시냅스 연결을 만들어 기존의 뉴런 회로에 통합된다.


뉴런의 생성과 관련한 연구들은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 뉴런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과 어떤 행동을 할 때 뉴런이 잘 만들어지는지를 밝혀 주고 있다(생명이야기 112편 참조). 뉴런의 생성은 뉴런이 많이 죽어서 걸리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헌팅턴병과 같은 질병의 예방과 치유에 큰 희망을 주고 있으며, 특히 치매 예방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다만 뉴런의 퇴화를 최소화하고, 재생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생명스위치를 켜는 친생명적인 생활’인 뉴스타트(NEWSTART) 생활(생명이야기 6편 참조)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뉴런의 생성이 축복이 될지의 여부는 각자의 노력여하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김재호 KB자산운용 경영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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