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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웃픈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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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웃픈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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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웃프다'라는 신조어가 왕왕 눈에 띈다. ‘웃기면서 동시에 슬프다' 또는 '한편으로 좋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상황은 아니다'라는 뜻일 터인데, 요즘 한국 경제 상황이 그렇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 7일 전국 5인 이상 751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여름휴가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 기업 평균 여름휴가 기간은 4.0일로, 지난해 여름휴가 기간 3.8일보다 0.2일 늘어났다.


과로사회인 한국에서 휴가가 길어졌다니 기쁜 일이 아닌가.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서글프다. 여름휴가가 길어진 이유 중 하나는 경기가 악화되면서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휴가 기간을 늘린 기업의 34.0%가 ‘경기 부진으로 공장 생산량이 줄어들어서’ 그리고 19.2%의 기업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래도 즐기고 쉴 수 있는 시간이 늘어 좋지 않나 싶지만, 그나마도 형편이 여유가 있어야 즐기기도 하고, 쉴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돈을 벌어 실제로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이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줄어들었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1년 전보다 2.5% 줄었고, 소득 상위 20%(5분위)도 2.2% 감소했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중산층 근로자의 상여금 등 근로소득이 줄고, 자영업자는 사업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가계대출 이자와 보험료 등 내야할 세금은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국민의 소비여력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무엇일까.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등을 통한 재정 투입이다. 그런데 이 방법이 힘을 못 쓸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깨져 소득 인상을 이끌 마중물이 사라졌다. 2018년의 7,530원 대비 10.9%가 올라서 올해 최저임금이 8350원이 되었는데, 내년은 올해 최저임금보다 겨우 2.9% 오른 8590원으로 결정됐다. 경영계의 격렬한 반대가 한 몫 했다. 경영계는 내친김에 주휴수당 폐지, 업종·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까지 쟁취하겠다는 태도다.


재정 투입을 위한 추가경정 예산안은 또 어떤가. 무기력한 국회에 갇혀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 일본의 무역 보복 등 나라밖 상황도 답답하다. 다급해진 정부가 꺼낸 카드는 금리인하다.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를 부양하고 물가를 상승시키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더위 열대야처럼 지나기 힘든 지금의 경제상황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까. 그러나 국민이 소비여력이 없다보니 '소득 인상-->소비력 상승-->경기 활성화'라는 소득 주도성장의 선순환이 한은의 실물경제에서 가동되기가 어려워 보인다.



말뿐인 '경제살리기'는 소용없는 짓이다. 정치권도 합심해 민생현안을 챙기고, 기업도 정부도 경제 살리기에 손발을 맞춰야 한다. 늘어난 여름휴가가 웃픈 것이 아닌,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휴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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