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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44년 세월, 이제는 마침표 찍고 싶다"…서울대생 노진수 실종 사건, 제3기 진실화해위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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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제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공식 출범

1982년 실종된 이후 44년째 생사를 알 수 없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생 노진수 씨의 친형 노대영(개명 전 노진호) 씨가 오는 26일 출범하는 '제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조사를 신청한다.


대구 출신인 노진수 씨는 서울대 법대 81학번으로, 재학 당시 5·18 민주화운동을 기리는 행사를 주도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다 돌연 행방불명됐다.

[단독]"44년 세월, 이제는 마침표 찍고 싶다"…서울대생 노진수 실종 사건, 제3기 진실화해위 신청 노진호(67)씨가 44년째 동생의 장례식을 치르지 않고 있다며, 오는 26일 출범하는 '제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 조사를 신청한다고 말하고 있다. 최대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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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00년대 초반 제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북파공작원에 의한 살해 및 수장 의혹 등이 제기되며 조사가 이뤄졌으나, 결정적인 증거 부족으로 '진상규명 불능'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제3기 진실화해위는 조사 범위를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전인 2001년까지로 확대하고 조사 권한을 강화함에 따라, 40여 년간 가슴에 응어리를 품고 살아온 유가족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되고 있다.


노진호(67·대구 달서구)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동생이 사라진 후 집안은 풍비박산 났고, 부친에 이어 노모마저 아들의 이름만 간신히 부르다 2년전 돌아가셨다"며 "동생의 시신이라도 찾아 장례를 치러주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노 씨는 대구의 대표적인 미제 사건인 '개구리 소년' 사건을 언급하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그는 "자식을 잃고 평생을 눈물로 지새운 개구리 소년 가족들의 아픔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그들 가족과 이미 영혼이 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국가 폭력과 의문사의 어두운 그림자가 걷히고 반드시 진실이 규명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제3기 진실화해위는 오는 26일부터 2년간 진실규명 신청을 접수하며, 노 씨를 포함한 수많은 과거사 피해 유족들이 조사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44년 전 멈춰버린 노진수 씨의 시간이 이번 3기 활동을 통해 비로소 흐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단독]"44년 세월, 이제는 마침표 찍고 싶다"…서울대생 노진수 실종 사건, 제3기 진실화해위 신청 노진수의 실종 전후 일자별 행적.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제공

◆노진수는 누구인가?


노진수는 대구 남구 대명동 출생으로 영선초, 경복중을 거쳐 오성고 1학년 재학 중 자퇴했다.


이후 검정고시를 통해 1981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합격한 수재였다.


중학 시절부터 약자를 괴롭히는 친구를 보면 참지 못하고 나설 만큼 정의로운 성품이었으며, 대학 입학 후 1학년 과대표를 맡아 학생 운동의 중심에 섰다.


◆민주화 운동의 앞장…"시대를 잘못 태어난 것 같다"


1981년 입학 직후부터 그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문무대 병영훈련 중 독재정권에 반대하며 훈련 거부 의사를 표명했고, 법대 편집부 '피데스'에서 활동하며 사회과학 세미나를 주도했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 1주기 당시 검은 리본을 제작해 배포하고 촌극을 기획하는 등 정권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실종 전 가택연금 중이던 김영삼 전 총재와 접촉하는 등 위험한 행보를 이어가던 그는 1981년 가을, 어머니에게 "무섭다. 시대를 잘못 태어난 것 같다"는 뼈아픈 말을 남기기도 했다.


◆1982년 5월, 마지막 행적과 '씨쭈구리한' 편지


실종 직전인 1982년 5월, 노 씨는 고향 친구들을 찾아 불안한 심경을 내비쳤다.


친구 김한태 씨에게 "누군가 계속 나를 쫓는다"며 고통을 호소했고, 고등학교 친구 김용범 씨의 자취방에는 "씨쭈구리한(기분이 찝찝한) 날이다"로 시작하는 암울한 내용의 편지를 남긴 채 자취를 감췄다.


이후 그는 44년째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정보사 살해 후 수장' 제보…그러나 여전한 '진상규명 불능'


과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 당시, 정보사 소속 설악개발단(HID) 공작팀원 출신이라는 제보자로부터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지시를 받고 신림동 고시촌 앞에서 노진수를 특수 제작된 방망이로 살해한 후 강원도 고성 도원저수지에 수장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시신을 찾지 못했고 물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건은 여전히 '진상규명 불능' 상태에 머물러 있다.


◆잊힌 이름,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진실


현재 그의 대학 동기인 최봉태 변호사를 비롯한 '노사모(노진수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모임)'는 영화 제작 검토와 국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끊임없이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실종 당시 보안대에서 복무했던 대학 동기 A씨 등 관련자들의 침묵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아버지 故노금백씨는 평생 아들을 그리워하다 실종 6년뒤(1988년) 세상을 떠났고, 남편과 자식 둘을 잃은 고령의 노모 최소선 씨는 2년전 눈을 감았다.


44년을 눈물로 지샌 노모의 마지막 유언은 복수가 아닌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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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 아들의 유골이라도 품에 안고 싶다는 노모의 가냘픈 외침은 "범인은 용서하겠다, 내 아들 누워있는 곳만이라도…"였다.




영남취재본부 최대억 기자 c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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