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은하수공원 '훼손 묘비' 사진 확산
시설관리공단 "표지석 설치 전 조작 이미지"
묘지 표지석 아직 제작 중…현장엔 국화만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안장된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묘지 표지석이 훼손됐다는 사진이 온라인상에 공유됐으나, 해당 이미지는 인공지능(AI)으로 합성·조작된 가짜 사진인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제36대 국무총리 故 이해찬 묘비석'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표지석이 심하게 파손된 모습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묘비가 부서지고 표면이 긁힌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고인의 묘소가 실제로 훼손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빠르게 확산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해당 사진은 실제 현장을 촬영한 것이 아닌, AI 기술을 활용해 합성·조작된 이미지로 드러났다. 은하수공원을 관리하는 세종시 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현재 이 전 총리의 묘소에는 묘비 표지석 자체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시설관리공단은 "이해찬 전 총리 묘지 표지석은 아직 제작 중으로, 통상 주문 후 약 일주일가량 지나 설치된다"며 "관계자들이 직접 현장을 확인했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과 같은 훼손된 표지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묘소에는 국화와 간단한 안내판만 놓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 측은 온라인에 유포된 사진이 지난달 31일 안장식 당시 유족 측이 임시로 제작했다가 회수해 간 표식 이미지를 바탕으로 합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안장식 직후 촬영된 일부 사진이 온라인에 남아 있는데, 이를 토대로 AI 이미지 생성 도구를 이용해 '훼손된 묘비' 형태로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정치적 논란이나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된 이미지로 보인다"며 "사실 확인 없이 확산할 경우 유족과 시민 모두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추모 공간까지 파고든 AI 가짜 이미지
이번 사례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AI 합성 이미지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AI 조작 사진은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의 사생활, 사건·사고 현장을 중심으로 확산해 왔지만, 최근에는 정치적 인물과 추모 공간까지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앞서 해외에서는 전쟁 지역에서 발생하지 않은 학살 장면을 AI로 만들어 SNS에 퍼뜨린 사례가 적발됐고, 국내에서도 특정 정치인의 집회 장면을 과장하거나 왜곡한 AI 합성 이미지가 유포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시위, 훼손된 시설, 폭력 장면을 사실처럼 꾸며 여론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특히 묘지나 추모 시설과 같은 공간은 고인과 유족에 대한 존중이 전제돼야 하는 곳이지만, AI 합성 이미지는 이 같은 사회적 합의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번 소동으로 유족 측은 물론, 고인을 추모하던 시민들 역시 적지 않은 혼란과 불쾌감을 겪었다. 실제 훼손 사건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이미 게시된 이미지와 자극적인 문구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AI 기술 위험성에 따른 사회적 기준 마련 시급
결국 이번 '이해찬 전 총리 묘지 훼손' 소동은 AI 기술의 위험성과 정보 소비자의 책임을 동시에 드러낸 사례로 남게 됐다. 사실 확인보다 감정적 반응이 앞서는 환경 속에서, '무엇을 믿을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미지를 보면 사실로 믿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 뜨는 뉴스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일반 이용자가 합성 여부를 맨눈으로 구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시설관리공단 역시 허위 정보 유포에 대해 법적 대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 반복적으로 유포될 경우 공공시설과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수사기관과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