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용산 등 마감재 고급화 추세 뚜렷해져
건설 불황에 국내 건자재 매출 감소세
주택 건설시장에서 해외 하이엔드 제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며 국내 건자재 기업들의 사정이 점점 더 팍팍해지는 분위기다. 건설경기 침체의 구조화·장기화 탓에 가뜩이나 활로 모색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업계 입장에선 '고급화'를 향한 소비자들의 열망이라는 또 하나의 높은 허들을 마주한 셈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핵심지 주택 건설 현장 등을 중심으로 최고급 마감재 적용을 통해 상품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추세가 확산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서울 압구정2구역과 용산의 옛 유엔군사령부 부지에 각각 시공하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이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로, 특히 독일산 '명품 창호' 제품군이 주목받는다. 이들 현장에는 독일 슈코 창호가 적용된다. 앞서 청담 르엘, 래미안 원펜타스,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는 독일 베카 창호가 들어갔다. 삼성물산은 개포우성7차 시공사 선정 당시 조합원들에게 독일 레하우 창호 적용을 제안했다.
강남권의 경우 공사비가 평(3.3㎡)당 1000만원대까지 치솟았고,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워 수주전에 나서는 건설사들은 마감재 고급화 등을 통해 조합원들을 소구하고 있다. 압구정·목동·성수 등 주요 재건축 사업지들이 올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어 독일 창호를 비롯한 고급 마감재를 채택하는 사업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 경기 침체로 지난해 국내 양강 건자재 업체들의 매출은 모두 감소세다. 증권가에 따르면 LX하우시스의 지난해 건축자재 매출은 약 2조1540억원으로 추산되며 전년(2조5430억원)보다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기별 건축자재 매출 비중도 2025년 3분기 기준 67.4%로 2024년(70.9%), 2023년(72.8%)보다 감소했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LX하우시스의 B2B 건자재 손익은 주택향 물량 감소에 따른 가동률 하락과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연이어 발표된 부동산·대출 규제 여파로 2026년 신규 분양, 주택매매거래 등 선행지표의 유의미한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KCC의 지난해 연간 건자재 매출액은 9980억원으로 추산되며 전년(1조970억원)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KCC의 건축 내외장재 매출 비중은 3분기 기준 9.9%로 2024년(11.6%), 2023년(13.3%)보다 모두 감소했다.
주택 시장이 하이엔드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건자재업계는 알루미늄 소재의 하이엔드 창호 등을 출시하거나 유럽 제조사 등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고가주택에 적용되는 창호는 알루미늄 소재로, 일반적으로 주거용으로 많이 활용하는 PVC 창호 대비 시공 비용이 2배 가량 비싸고 시공 과정도 까다롭다. 대신 전망과 조망을 중시하는 고가주택 인테리어에 맞춰 다양한 개폐 방식과 디자인 연출이 가능하고, 단열성·기밀성이 뛰어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LX하우시스는 2024년 중앙이나 코너에서 개폐 가능한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 '페네스트'를 출시했다. 벨기에 레이너스사와 협약해 국내 시장에 최적화한 창호를 개발했다. 중앙 개폐 최대 6개 창까지 연동되며, 최대 4m 높이의 초대형 창 제작도 가능하다. 2020년 선보인 알루미늄과 PVC 복합 ‘론첼 창호’는 자체 추산 재개발·재건축 점유율 1위로 올림픽파크포레온과 헬리오시티, 메이플자이, 마포프레스티지자이,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등에도 적용돼있다.
KCC는 프리미엄 주거 시장 공략을 위해 2021년 하이엔드 창호 브랜드 '클렌체'를 선보였다. 클렌체는 국내 최초로 최대 4중유리 장착이 가능한 모델을 갖추고 있으며 발코니, 시스템 창호 등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모델을 선보였다. 잠원 노블레스, 힐스테이트메디알레(대조1구역) 등에 적용했다.
현대L&C는 2017년부터 독일 레하우와 기술 제휴를 통해 한국형 프리미엄 창호를 선보였고 2023년부터 전략적 협업을 이어왔다. 잠실 르엘과 송파 롯데캐슬, 대치푸르지오 써밋 등에서도 레하우 창호를 채택했다.
지금 뜨는 뉴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상급지 재건축·리모델링 단지를 중심으로 고급화 전략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이미 침체기에 빠진 국내 업계 입장에선 고급화 수요 대응이라는 또 하나의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된 형국"이라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