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앞두고 美 ESTA 심사 강화
5년치 SNS 제출 의무화에 흥행 먹구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단기 방문객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전자여행허가(ESTA)제도로 입국하려는 관광객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검열하는 방안을 내놓자 내년 북중미 월드컵 흥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간) 폴리티코와 포브스 등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과 축구 팬들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미국 정부의 새로운 ESTA 규정안을 철회하도록 압박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ESTA 신청자에게도 지난 5년간의 SNS 정보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규정안을 발표한 데 따른 반응이다.
ESTA는 미국과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한 국가의 국민이 따로 비자를 받지 않아도 출장·관광·경유 목적으로 최대 90일간 미국을 방문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집권 후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추진하며 미국 입국자에 대한 각종 규제를 강화해 왔다. 이에 따라 ESTA로 무비자 입국하는 외국인 방문객에 대한 심사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새로운 심사 강화안은 내년 초 시행될 예정이다. 내년 6월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의 흥행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축구 팬 수십만 명이 자국 대표팀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규제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FIFA는 내년 북중미 월드컵이 미국에서 305억달러(44조원)의 경제적 효과와 18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는 월드컵을 보기 위해 해외 관람객 260만명이 미국을 방문한다는 가정하에 나온 수치다. FIFA는 미국 내 관람객과 해외 관람객의 비율을 5:5로 예상한 만큼, 해외 관람객이 줄면 미국 내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오른쪽)이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2026 축구 월드컵 경기 일정 공개에서 브라질 과거 국가대표 공격수 호나우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AP
유럽 의회의 배리 앤드루스 의원은 "세계 최악의 권위주의 국가들도 이런 공식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며 "이 계획은 당연히 미국 관광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년 월드컵을 관람하러 갈 축구 팬을 포함한 유럽인들은 더 이상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FIFA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밍키 워든 국장은 "이 정책은 FIFA의 인권 정책을 분명히 위반한다"며 "FIFA는 트럼프 행정부에 즉각 철회를 압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럽 축구 팬 단체인 '유럽 축구 서포터즈'(FSE)는 "FIFA는 긴급하게 대회의 보안 원칙을 명확히 해 팬들이 여행할지 아니면 집에 있을지를 잘 알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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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광업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세계여행관광협회는 올해 해외 관광객의 미국 내 지출이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행 조사기관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는 올해 미국 관광객이 전년보다 6.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코노믹스는 내년에는 미국 방문객 수가 3.7% 반등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예상 증가분의 3분의 1은 월드컵과 직접 관련된 방문객인 만큼 ESTA 심사가 강화되면 그 폭은 줄어들 수 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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