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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이트]'당신이 죽였다', 가정폭력 뒤의 삶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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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 순위 1위
현실적 의제를 감정의 층위로 해석
극단적 선택을 복수나 분노로 단순화하지 않아

[슬레이트]'당신이 죽였다', 가정폭력 뒤의 삶을 묻다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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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가 입소문을 타고 글로벌 시청 순위 정상에 올랐다. 한국 시리즈의 해외 성공은 낯선 풍경이 아니지만 이번에 쏟아지는 관심은 결이 조금 다르다. 단순 스릴러가 아닌, 폭력과 트라우마 속에서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가는 두 여성의 이야기로 읽혀서다.


배우 전소니·이유미가 주연한 이 작품은 일본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나오미와 가나코'가 원작이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조은수(전소니)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조희수(이유미)가 살인을 공모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폭력에 노출된 피해자와 이를 지켜본 또 다른 여성의 뒤틀린 관계가 서사의 축을 이룬다. 폭력의 구조 속에서 침묵해온 이들이 어느 순간 서로를 매개로 극단적 선택을 감행한다.


이정림 감독은 이 과정을 복수나 분노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가정폭력 뒤의 침묵부터 무기력, 죄책감, 신체·정서적 흔들림까지 세밀하게 보여준다. 세계적 관심이 집중된 지점은 여기에 있다. 피해자의 행동을 판단하기보다 선택의 여지가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드러낸다.


[슬레이트]'당신이 죽였다', 가정폭력 뒤의 삶을 묻다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스틸 컷

"왜 도망치지 못하나", "왜 저항하지 못하나" 같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향해 반복적으로 던져지는 사회적 오해를 불식한다. 이런 질문 자체가 가정폭력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시야에서 비롯됨을 보여준다. 통제와 고립, 주변의 침묵과 방관을 화면 속에 배치해 문제의 본질을 밝힌다.


여성 중심의 서사 구성도 주목할 만하다. 두 인물은 단순한 피해자와 조력자 관계가 아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폭력을 견뎌온 이들로, 상처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생존이라는 목표를 공유한다. 한국 드라마에서 흔치 않은 형태로, 연대나 위로 같은 익숙한 문법을 넘어 폭력의 여파로 뒤틀린 감정과 망설임, 절망, 욕망을 동시에 가리킨다.


서사의 방식은 명확하다. 가정폭력의 순간을 자극적으로 처리하기보다, 그 뒤의 감정 변화에 집중한다. 떨리는 손, 울음이 터지지 않는 침묵, 문턱 앞에서 멈춰서는 발걸음 같은 미세한 반응으로 긴장을 만들며 가정폭력의 구조를 해부한다.


다만 초반 템포와 감정 밀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가정폭력의 잔재를 세밀하게 묘사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장면이 길어지고 서사 흐름이 느슨해진다. 인물의 행동 동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감정의 폭발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슬레이트]'당신이 죽였다', 가정폭력 뒤의 삶을 묻다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스틸 컷

그럼에도 문제의식에는 흔들림이 없다. 폭력의 원인보다 그것이 남기는 흔적에 시선이 맞춰져 있어서다. 가정폭력·학대·트라우마 같은 현실적 의제를 소란한 장면이 아닌 감정의 층위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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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폭력 앞에서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며, 동시에 폭력의 구조가 개인에게 어떻게 각인되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작품은 이를 통해 질문한다. 가정폭력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끝나는가. 그 잔해 위에서 삶을 다시 세우는 일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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