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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MZ '인기 열풍' 간식…사실 피난민의 눈물 젖은 붕어빵, 日엔 도미빵 있네[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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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성장기 노동자 식사였던 풀빵
이제는 고급 디저트로 진화 중

편집자주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한국의 겨울철 인기 간식인 붕어빵은 밀가루 반죽을 구워 만든 풀빵류의 한 종류로, 한국을 대표하는 길거리 간식이 됐다. 일본에도 붕어빵과 매우 닮은 도미 모양을 한 길거리 간식 타이야키(タイヤキ)가 있다. 서로 닮은 듯 다른 두 풀빵은 어떻게 대중화에 성공해 길거리 간식의 대표주자가 됐을까.

생존 위해 밀가루 빵 먹은 日…타이야키 꽃피워

지금은 MZ '인기 열풍' 간식…사실 피난민의 눈물 젖은 붕어빵, 日엔 도미빵 있네[맛있는 이야기] 일본 타이야키. 도미를 닮은 풀빵이다. 일본 타이야키 전문점 타이야키와카바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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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19세기 메이지 시대부터 풀빵이 존재했다. 2013년 발간된 일본 식문화 역사서 '타베보노 기원사전'에 따르면, 당시 도쿄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코베 세이지로라는 요리사가 밀가루 반죽과 팥소를 넣어 만든 빵을 도미 모양 틀 안에 넣어 구워 팔며 타이야키를 최초로 만들었다. 타이야키는 1909년 입소문을 타며 도쿄만의 독특한 간식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야키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시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50년대다. 이는 당시 일본의 식량 사정과 관련 있다.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이후 폐허가 된 일본은 당장 곡물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때 미국은 긴급 원조 프로그램인 '가리오아(GARIOA)'를 추진, 일본에 밀가루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쌀이 주식이었던 일본 국민들은 식습관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 역사학자 조지 솔트가 펴낸 '라멘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The untold history of Ramen)'에 따르면, 당시 일본 정부는 TV·라디오·신문 등 모든 매체를 활용해 밀가루 음식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는 빵과 우유가 배식됐으며, 라멘·일본식 국수(소바)·타이야키 등 밀가루 음식이 보편적인 식사로 자리 잡았다. 타이야키는 오늘날 일본의 대표적인 길거리 간식으로 자리 잡았지만, 시작은 전후 생존을 위해 먹었던 구호 식품인 셈이다.

고도 성장기 노동자와 함께 한 '눈물 젖은 풀빵'

지금은 MZ '인기 열풍' 간식…사실 피난민의 눈물 젖은 붕어빵, 日엔 도미빵 있네[맛있는 이야기] 국내 한 붕어빵 포장마차. 한국물가정보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한국에서 풀빵이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부터다. 반죽을 굽는 틀 모양이 한국인 취향에 맞는 붕어, 국화 모양으로 변경되면서 붕어빵, 국화빵으로 불리게 됐다.


6·25 전쟁 이후인 1950년대에는 서민들이 붕어빵을 흔하게 접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미국의 식량 원조 프로그램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전후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 원조 물자인 미국산 밀가루, 옥수수 가루가 시장에 퍼지면서 밀가루 빵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당시 부산 피난민들은 밀 반죽으로 면을 뽑아 밀면을 삶아 먹었으며, 거리에는 붕어빵을 파는 포장마차가 늘어섰다.


붕어빵은 국내 노동계에도 친숙한 간식이다. 이는 붕어빵이 고도 성장기인 1960~1970년대 노동자들의 대표 간식이었기 때문이다. 노동 운동가 고(故) 전태일 열사가 봉제 공장의 어린 여공들을 위해 교통비를 아껴 붕어빵을 사먹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태일 재단은 고인을 기리는 취지로 노동 활동가 지원 사업인 '풀빵 나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민 음식서 고급 디저트로

지금은 MZ '인기 열풍' 간식…사실 피난민의 눈물 젖은 붕어빵, 日엔 도미빵 있네[맛있는 이야기] 일본의 프리미엄 타이야키인 '천연 타이야키' 틀(위)과 실제 모습. 천연 타이야키는 수공예 틀 안에 장인이 반죽을 구워 한 개씩 비싼 가격에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라쿠텐 캡처

서민 음식으로 출발한 타이야키와 붕어빵은 이제 두 나라의 당당한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 일본에선 일찍이 타이야키의 고급화가 진행됐으며, 팥소뿐만 아니라 슈크림, 초콜릿, 치즈 등을 채워 넣은 다양한 타이야키가 등장했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타이야키 전문점도 있으며, 수공예 틀 안에 구워 개당 300엔(약 2800원)대의 비싼 가격에 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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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도 서민 간식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디저트로 변화하고 있다. 피자 붕어빵, 민초 붕어빵 등 이색적인 재료로 만든 붕어빵이 늘고 있으며, 노점이 아닌 깔끔한 매장 안에서 커피를 곁들일 수 있는 붕어빵 카페도 생겼다. 과거에는 1000원짜리 한 장이면 3~5개를 살 수 있었지만, 현재는 개당 1000원이 넘는 프리미엄 붕어빵도 넘쳐난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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