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신종보험사기]치과에 설계사 채용해 기록조작…의사 등 100여명 연루

시계아이콘02분 09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허위 청구·가짜 사고…그 돈은 내 보험료였다]
① 평촌동 A치과 치아보험 사기행각 벌이다 최근 덜미
의사·상담실장·설계사·환자 등 3억원 편취
남매사이 치과끼리 환자 교환해 기록 속이기도

편집자주보험사기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허위 진단서를 바탕으로 한 과잉진료, 입원 사기, 병원·설계사·환자가 짜고 치는 조직적 청구 등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방식의 보험사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컨트롤타워 부재와 낮은 처벌수위 등 제도적 한계로 보험사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역부족이다. 이는 결국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최근 의료현장에서 어떤 신종 보험사기가 발생하고 있는지 짚어봤다.
[신종보험사기]치과에 설계사 채용해 기록조작…의사 등 100여명 연루 챗GPT가 치아보험 사기 현장을 묘사한 모습. 챗GPT
AD


"개인정보활용동의서 읽어보고 항목에 체크해주세요."


2021년 40대 남성 박모씨는 지인 추천으로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에 위치한 A치과에 방문했다. A치과 상담실장은 그에게 개인정보활용동의서 작성을 요구했다. 동의서엔 개인정보활용과는 무관한 '치아보험 가입 유무'도 표기하도록 돼 있었다. 박씨가 '없다'고 체크한 동의서를 제출하자 상담실장은 진료상담실 문을 조용히 닫은 뒤 그에게 솔깃한 제안을 했다.


상담실장은 박씨에게 치아보험에 가입한 뒤 치료를 받으면 비용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이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박씨가 승낙하자 상담실장은 보험설계사를 연결해주고 계약서 작성과 팩스전송 등 치아보험 가입을 적극 도왔다. 상담실장은 박씨에게 치아보험 가입 전 치과진료 기록이 남으면 안 된다며 현금결제를 유도했다. 상담실장을 통해 이런 내용을 전달받은 A치과 의사는 박씨의 초진기록과 파노라마 촬영기록 등의 날짜를 보험가입일 이후로 모두 수정했다. 박씨는 이후 보험사에 허위 영수증을 제출해 수백만 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A치과의 조직적 보험사기는 2021년 라이나생명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이 한 제보에서 시작된 단서의 파편들을 추적한 끝에 덜미를 잡을 수 있었다. SIU는 A치과가 내원하는 환자들로부터 치아보험 가입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후 한 제보자를 통해 해당 동의서 양식을 입수해 검증작업에 들어갔다.


SIU는 동의서에서 치아보험이 '없다'고 체크한 다수의 환자가 특정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들에게 보험계약을 체결한 뒤 보험금을 청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SIU가 보험계약 청약서 발행일자, 설계사와 보험계약자의 면담장소, 청약서를 주고받은 팩스 발송·수신처 등을 종합했을 때 A치과가 깊게 연루돼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SIU는 보험사기를 강하게 의심하고 2021년 9월 경기남부청 강력범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신종보험사기]치과에 설계사 채용해 기록조작…의사 등 100여명 연루


정교하고 치밀…환자 진료 기록해 보험금 편취 도와

경찰 수사 결과 A치과와 얽힌 사기는 정교하고 치밀했다. A치과는 환자 보험계약을 대리하는 것도 모자라 가족이 운영하는 범계동 B치과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환자 진료기록을 왜곡해 보험금 편취를 도왔다. 심지어 A치과는 사기에 가담한 설계사를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환자들은 A치과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하고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했다.


김모씨는 2020년 4월10일 라이나생명 치아보험에 가입한 뒤 7월20일 A치과를 처음 방문해 치과치료를 시작했다며 9월부터 보험금을 청구했다. 김씨는 2020년 9월부터 2021년 7월까지 5차례에 걸쳐 320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김씨는 치아보험 가입 전인 2020년 4월7일 이미 B치과에서 진료를 받았고 다음 날 A치과에서 진료상담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치과와 B치과는 남매사이였다. 김씨는 치아보험에 가입하면서 A·B치과에서 진료받은 사실을 보험사에 고지하지 않았다. 이는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사기에 해당한다. 김씨는 올해 6월 구약식 처분으로 벌금 400만원이 확정됐다.


이모씨는 2019년 7월31일 치아보험에 가입한 뒤 2021년 2월23일부터 A치과에서 치과진료를 받았다며 2021년 5월부터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는 2021년 5월부터 2023년 1월까지 3회에 걸쳐 232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이씨는 2019년 7월9일 이미 병원에 방문해 치과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A치과와 짜고 이를 숨기다 적발됐고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신종보험사기]치과에 설계사 채용해 기록조작…의사 등 100여명 연루

A치과 의사와 상담실장, GA 소속 보험설계사 3명, 환자 107명 등이 연루된 치아보험사기는 4년에 걸친 수사 끝에 최근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6월 수사를 마친 보험사기자 30여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기 피해금액은 약 3억원, 이 중 1억6000만원을 환수했다. A치과 원장은 범죄 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나머지 피해금액에 대한 대위변제를 약속했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규모는 1조1502억원, 적발인원은 10만명을 웃도는 등 보험사기 폐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엔 병·의원과 브로커(설계사)가 한 팀이 돼 진단서를 위·변조하는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보험사기에 연루되면 최대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의료전문직 종사자의 경우 최대 무기징역이다.


AD

김장한 라이나생명 SIU 부장은 "실제 현장에서 느끼기로는 보험사기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건 강한 처벌"이라며 "보험사기 확정판결자나 재범자 등을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해 대출과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하는 등 사회적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