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이 형성되지 않게 방해하는 억제제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유형으로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응집된 덩어리(병원성 섬유 응집체)가 형성되는 것이 주된 특징이다.
한국연구재단은 고려대 김준곤·최태수 교수 연구팀과 캘리포니아공과대 윌리엄 고다드 3세(William A. Goddard III) 교수 연구팀이 공동연구를 진행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잘못 접힘 및 자가 응집 현상을 억제할 펩타이드 응집 억제제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병원성 섬유 응집체의 주된 단백질이다. 병원성 섬유 응집체는 잘못 접힌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자가 응집 현상으로 형성되며, 독성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의 병인(病因) 물질을 표적으로 질병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치료제 개발 연구가 활발하고 성공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임상적 성공은 장기간 치료법을 개발하지 못한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 개발 단계에서 핵심 표적이 아밀로이드 베타의 병원성 섬유 응집체라는 것에 뿌리를 둔다.
이에 공동연구팀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구조적 특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잘못 접힌 구조 때문에 자가 조립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펩타이드 억제제를 설계했다.
우선 응집 억제를 위해선 높은 농도의 펩타이드 응집 억제제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보다 많이 존재해야 한다. 또 안정적인 복합체 형성을 위한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응집 억제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려면 자물쇠의 홈과 열쇠의 돌기처럼 서로 모양이 잘 맞아야 하는데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그간 개발된 펩타이드 응집 억제제는 비정형의 구조를 가져 서로 결합하는 힘이 약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연구팀은 비정형 단백질 상태의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안정적으로 복합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반 평행 베타 평판(antiparallel β?sheet) 구조의 형성을 유도했다.
이 결과 기존에 개발된 억제제보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병원성 섬유 응집체 형성이 감소하며, 세포 독성이 크게 완화되는 것이 확인됐다.
또 시험관 내 뇌혈관 장벽 통과 능력 평가 및 혈장 안정성 평가 등에서 치료 및 예방에 활용하기 적합한 성능을 보였다는 게 공동연구팀의 설명이다.
김준곤 교수는 "공동연구팀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구조적 특성을 규명해 안정적인 복합체를 형성할 수 있는 펩타이드의 합리적인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며 "이번 기술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연구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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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 연구 및 박사후국내연수, 세종과학펠로우십 지원 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독일화학회지(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5월 22일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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