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회적 불법대부계약 무효' 첫 판결
원리금 890만원·손해배상 200만원 지급
연 4000%가 넘는 고금리를 적용하고, 채무자의 나체사진까지 유포한 불법 사금융업자들에게 법원이 '원리금 전액 반환' 판결을 내렸다. 반사회적 불법 대부계약은 무효라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연합뉴스는 금융감독원과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인용해 지난달 29일 광주지방법원은 20대 남성 A씨가 불법사금융업자 6명을 상대로 낸 기지급 원리금 반환청구 및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청구 내용을 전부 인용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A씨는 불법사금융업자들은 15차례에 걸쳐 510만원을 빌렸다. 업자들은 A씨에게 연이율 최고 4171%를 적용해 원리금 890만원을 갚으라고 요구한 뒤 변제가 지연되자 담보용으로 받아둔 A씨의 나체사진을 지인들에게 유포한 데 이어 다른 주변인들에게도 추가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금감원과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불법사금융업자들에게 이미 지급한 원금과 이자 890만원의 반환과 나체사진 유포·협박 등 추심과정의 불법행위에 관한 손해배상액 200만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A씨가 지급한 원리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하고, 나체사진 유포·협박 등 추심과정의 불법행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도 모두 인용했다.
이번 판결은 A씨의 주장에 피고들이 다투지 않은 데 따른 자백간주에 의한 선고였다. 금감원과 공단은 민법 103조 법리를 적용, 적극적으로 변론에 나섰지만, 피고 측은 반론하지 않았다. 민법 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판결은 반사회적 불법 대부계약 피해자에게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반환하도록 한 첫 판결이다. 기존에는 법정이율(연 20%)을 초과하는 이자만 무효로 할 뿐 원금까지 반환하도록 하는 판례는 없었다. 금감원과 공단은 "이번 판결로 내달 개정 대부업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피해에도 원리금 전액 반환이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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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2일 불법 대부계약의 효력을 부정하는 개정 대부업법이 시행된다. 이후 성 착취 추심, 인신매매, 폭행·협박 등 반사회적 불법 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가, 불법사금융업자와의 대부계약은 이자가 각각 무효가 된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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