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인사 다수에 연락해 금전 요구
최근 실장 휴대전화 연락처 목록 해킹 당해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사칭하면서 미국 유력 정·재계 인사에게 연락해 돈을 요구한 사건이 신고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섰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연방 상원의원과 주지사 등 정치인과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와일스 비서실장을 자처하는 사람으로부터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사칭범은 전화를 받은 의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할 인물 명단을 작성해 달라'는 요청 등을 하며 마치 백악관의 공식적인 업무 때문에 연락한 것처럼 행세했다. 하지만 그는 비서실장이 당연히 알아야 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관련 질문에 대해 답변하지 못했으며, 심지어 현금 송금까지 요청하기도 했다. 또 사칭범이 보낸 문자 메시지의 문법이 어색한데다 와일스 비서실장의 평소 어투와 다르게 훨씬 형식적이라 사기라는 의심을 샀다. 사칭범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여러 인사들은 와일스 실장에게 직접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사칭범과의 전화 통화에서 와일스 실장과 비슷한 목소리를 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사칭범이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와일스 실장의 목소리를 모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와일스 실장의 개인 휴대전화의 연락처 목록이 해킹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사칭범이 정·재계 유력인사의 연락처를 알게 된 것도 해킹의 결과로 파악하고 있다. 와일스 실장은 연락처 명단에 있는 인사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문자 메시지를 무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FBI와 백악관은 사칭범 추적과 함께 범행의 목적에 대해서도 파악 중이다. FBI는 이번 사건이 외국 정부의 개입이 아닌 개인 또는 조직적인 범죄로 보고 있다. 캐시 파텔 FBI 국장은 "대통령과 참모, 그리고 사이버안보에 관한 모든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행정부 관리들이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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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스 실장은 이전에도 해킹 피해를 본 전력이 있다. 지난해 이란혁명수비대(IRGC) 소속 해커들이 그의 이메일 계정을 해킹해 트럼프 캠프 관련 정보를 유출한 일이 있었다. 와일스 실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신뢰하는 참모로 지난해 대선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승리에 공헌한 뒤 여성 최초로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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