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IEEPA 관세 위법 판결 하루 만에
항소법원, 가처분 인용해 관세 효력 유지
관세 혼란에 호실적 엔비디아發 상승분 반납
1분기 성장률 -0.2%…신규실업수당 청구 ↑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29일(현지시간) 강보합세로 마감했다. 전날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으로 투심이 살아났지만 관세 정책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면서 상승폭은 제한됐다.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조치를 일부 무효화한 전날 하급심 판결 효력을 하루 만에 중단키로 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7.03포인트(0.28%) 상승한 4만2215.73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23.62포인트(0.4%) 오른 5912.1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74.93포인트(0.39%) 상승한 1만9175.87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재료는 엔비디아 실적과 법원의 관세 판결이었다. 전날 미 연방국제통상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일련의 관세 조치가 법률상 권한을 넘어서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로 4월2일 '해방의 날 관세'로 불리는 전 세계 수입품에 대한 10% 기본관세, 90일간 유예 후 발효 예정인 국가별 상호관세 조치는 무효화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이날 인용하면서, 전날 1심 법원이 무효화한 일부 관세 효력은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유지된다.
증시는 이날 개장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동력을 잃었다는 판단에 강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백악관 참모진이 IEEPA가 아닌 다른 법적 수단에 근거해 관세 부과를 지속할 뜻을 시사하면서 오전부터 상승폭을 반납했다. 여기에 연방순회항소법원까지 1심 판결의 효력을 중단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관세로 인한 경기 둔화, 물가 상승 우려도 증폭됐다.
이 가운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2기 집권 후 첫 회동을 가졌다. 파월 의장은 향후 통화정책 경로는 정치적 판단과 무관하게 경제 지표에 기반에 결정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 압박에 맞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재확인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Fed는 관세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로 신중한 통화완화 기조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블루칩 데일리 트렌드 리포트의 래리 텐타렐리 설립자는 "일반적으로 시장은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관세 뉴스 사이클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단기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세 정책 혼란에도 전날 공개된 엔비디아의 호실적은 증시를 떠받쳤다. 엔비디아는 2026 회계연도 1분기(올해 2~4월) 매출이 440억6000만달러, 순이익이 188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9%,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0.96달러다. 이는 LSEG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매출 433억1000만달러·EPS 0.93달러)를 웃돈 수치다. 인공지능(AI) 칩과 관련 부품을 포함하는 주요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73% 성장한 391억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이는 생성형 AI인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앱) 확산으로 AI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메인 스트리트 리서치의 제임스 데머트 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엔비디아의 강력한 실적 보고서는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낙관론에 활기를 불어 넣고, 워싱턴에서 발표되는 관세와 세금 헤드라인이 아닌 AI의 힘에 집중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전 미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전기 대비 연율 0.2% 감소했다. 앞서 발표된 속보치(-0.3%)보다는 소폭 상향 조정됐지만 관세 정책으로 인한 소비지출 둔화와 기업 수입 증가 여파에 2022년 1분기(-1.0%) 이후 3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늘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5월18~2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22만6000건) 대비 1만4000건 늘어난 24만건으로, 전망치(22만9000건)를 웃돌았다.
미 국채 금리는 하락 중이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bp(1bp=0.01%포인트) 하락한 4.43%,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보다 4bp 내린 3.94%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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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별로는 엔비디아가 깜짝 실적에 힘입어 3.25% 급등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전날 급락한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스와 시놉시스는 각각 1.42%, 1.61% 내렸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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