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 불법 녹화 강의 듣고
인터넷 강의료 수백만원 지출
"비용 부담에 어쩔 수 없어요"
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3학년생 김소연(30)씨는 입학과 동시에 '둠강'(불법 인터넷 강의)으로 민법 강의를 접했다. 60~70분 분량의 117개 강의 영상이 PDF 형태의 교재와 같이 묶여 소연씨에게 왔다. '빛강'은 정가를 내고 수강하는 강의, '둠강'은 불법 녹화된 강의를 뜻하는 은어다. 전달자는 '텔레그램 탈퇴한 계정'을 쓰고 있었다. 둠강 업자로부터 정가의 절반 가격으로 인터넷 패키지 강의를 구매한 것이다.
소연씨는 "빛강은 90만원 정도 하는데 동시접속 가능자 수가 많아야 3명이다"면서 "'둠강'은 그 절반 가격에 20명도 나눠 들을 수 있고 PDF로 교재도 받을 수 있어 교육비 부담이 큰 학생들이 암암리에 많이 쓴다"고 했다.
소연씨는 상당수 로스쿨생들이 1학년 내신관리를 위해 선행을 할 때 듣는다고 했다. 가격은 정식 인터넷 강의의 40~60% 수준이다. 서울의 한 로스쿨에서 불법 인터넷 강의 수강이 적발되면서 예전처럼 동문회 때 선배들이 공유하는 문화는 사라졌다고 한다. 최근 들어서는 전문 '둠강 업자'들이 파일을 공유하고 탈퇴해 새 계정을 파서 거래가 이뤄지는 방식이라고 했다.
교육비 부담은 불법적인 인터넷 강의 유통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의 평균 등록금은 지난해 기준 학기 당 약 819만 원이다. 학생들은 등록금 못지않게 '사교육비'도 지출한다. 로스쿨생들은 최신 판례를 공부하려면 통상 320만원 정도 하는 무제한 인강 패스를 구매해야 하는데, 둠강은 보통 지난해 강의 위주로 과목별 구매가 가능하다. 소연씨는 "만약 둠강이 없었으면 1학년 때부터 학기당 300만원은 나갔을 것 같은데, 그걸 3년으로 계산해보면 금액이 3년간 2000만원을 넘는다"고 했다.
근본 원인은 정규 로스쿨 교육이 '입시 교육'을 대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본 이론을 중심으로 한 정규 수업만으로는 수험 전략이나 문제 풀이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이 로스쿨생들의 전언이다. 로스쿨 강의 자체에 불만을 가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방 국립대 로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은영씨(29)는 "교수들이 수업 자체를 부실하게 하거나 실제 판례랑 다른 본인의 의견을 강론하기도 한다"며 "학생 입장에서는 판례를 외워야 하는데 수업 따로 입시 따로다 보니 인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림동의 한 변시 재수생 생활 관리반은 시험 성적에 따라 A·B·C·D로 우열반을 나눠 학생들을 관리하기도 한다. 합격이 절실한 로스쿨 졸업생들은 외부 사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고,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은 암시장의 수요자가 되는 구조다. 은영씨는 "친구들끼리는 1년에 2000만원씩 학교에 바치고, 사교육비로 돈 나가고, 변호사 시험은 붙을지도 모르는데 로스쿨은 '돈 먹는 하마'라고 자조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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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지금처럼 변호사 시험이 상대평가로 변별력을 가리기 위한 문제 중심으로 간다면 탈락시키기 위한 시험이 돼 해결은 어렵다"고 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법학 교육이 변시 시험 문제나 과목 출제 경향, 합격률과 맞물려 왜곡되면서 법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한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면서 "이론적인 접근을 충실하게 한 학생들이 답안을 쓸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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