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제조업 확대 전략 일환
"주 타겟은 글로벌 빅파마와 인도·중국"
미국이 해외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생산시설 이전을 압박하는 정책 강도를 높이고 있다. 고율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 이어 약가 인하, 해외 의약품 공장 불시 점검 등 기업들에게 부담이 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면서도 일정 부분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했다.
13일 미국 현지 언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의약품 관련 비관세 규제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처방약 가격을 최대 80%까지 인하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의료제품·식품을 생산하는 외국 제조시설에 대한 불시 검사를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최대 80%의 약가 인하는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이 현실적으로 적자를 면할 수 없는 수치다. 이에 추후 자국 내 생산 시 인하 폭을 줄이는 등 방안을 제시할 것이란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의약품 관련 전반적인 정책의 방향성은 해외 생산시설을 미국 내로 가지고 오라는 시그널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며 "대부분의 나라가 자국 내 생산 시 여러 인센티브를 제시한다. 인하 폭 조정 등 보완적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불시검사 확대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의약품 해외 생산에 대해선 검사를 강화하는 한편 현지 생산 관련 규제는 완화하기 때문이다. 이현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본부장은 "충분히 준비하고 있으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언제든 예고 없이 방문할 수 있다는 부담은 분명히 증가할 것"이라며 "미국 내 제조업을 강화하는 방안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의 이런 정책이 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 원장은 "결국 지금 미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고 적자를 보고 있는 영국과 아일랜드, 스위스, 벨기에 등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란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도 "한국 제약업계는 미국 입장에선 아직 비중이 크지 않다. 아일랜드와 벨기에, 독일 등 미국에서 대규모 흑자를 보고 있는 국가들이 주요 타깃으로 보인다"며 "한국 제약업계는 아직 미국의 사정권에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다만 "불시 검사가 확대되면 우선 국내 기업들의 실사 비용 부담이 커진다"며 "미국 실사단이 한국에 체류하며 드는 비용은 국내 기업들이 지급해야 한다. 실사를 받는다는 심적 부담도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정책이 전화위복이 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가격경쟁 방식의 공급 시스템에 대해 이미 유럽에서 수년간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미국에서 진행되는 최저가 공급 방식에 대해서도 경쟁사 대비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당사에 더 유리한 경쟁 환경이 만들어지는 부분도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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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잇따른 정책들은 결국 비싼 약가를 내려 미국 내 헬스케어에 지출되는 비용을 낮추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저렴한 약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엔 긍정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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