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 49.9%로 OECD 최하
일본 54.5%에도 못미쳐, OECD 평균은 60.4%
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 실질구매력 감소, 소비심리 악화 등이 원인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이 세계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빨리 겪은 일본보다도 소비 부진이 심했다. 소비 부진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출산율 확대와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 가계부채 감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 49.9%로 OECD 최하
21일 산업은행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2023년 기준 49.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멕시코가 69.8%로 가장 높았고 미국이 67.9%, 영국 62.9%, 포르투갈 61.8% 등의 순이었다. OECD 평균은 60.4%였는데 우리나라는 일본(54.5%), 독일(52.7%), 프랑스(54.8%) 등보다 낮았다.
가계가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는 소비 활동을 뜻하는 민간소비는 GDP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한 나라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요소다.
한국의 민간소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율이 점차 둔화하는 추세를 보였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2.52%였으나, 최근 7개 분기는 평균 0.99%로 대폭 하락했다. 2001년부터 2024년까지 실질 GDP의 연평균 증가율은 3.46%였는데 반해 실질 민간소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2.57%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GDP 증가율의 74% 수준에 불과했다.
민간소비가 부진해진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수입물가 및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가 지속해서 목표 수준(2.0%)을 초과해 상승하며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대폭 상승한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2021년 하반기 이후 지속한 기준금리 인상도 민간소비 둔화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보다 근본적인 부진 원인을 따져보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과 노후 대비용 저축 증가에 따른 소비성향 하락, 높은 가계부채에 따른 상환 부담 등이 꼽힌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2020년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데 소비를 제약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잠재성장률을 하락시켜 향후에도 소비 반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노후 대비용 저축 증가 등에 따른 소비 감소로 평균 소비성향이 점진적인 하락 흐름을 보이는 상황도 우려된다. 늘어난 평균수명으로 사람들이 노후 대비를 위한 저축을 증가시키면서 소비지출 증가율이 처분가능소득 연평균 증가율을 하회하고, 평균 소비성향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 실질구매력 감소, 소비심리 악화 등이 원인
가계부채가 계속 높은 수준을 지속함에 따라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소비 여력이 감소하면서 민간소비 증가를 제약하기도 한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최고 수준이다. 과다 채무로 인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가 가계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을 감소시켜 민간소비를 위축시킨다는 분석이다.
결국 민간소비를 장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중에서도 적극적인 출산율 확대가 1순위로 꼽힌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주택가격 안정, 육아 관련 지원 확대 등이 출산율 반등을 위한 핵심 방안으로 언급됐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의 성장 기여도 하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생산성 제고, 인적 자본의 질 향상 등을 통한 경제 전반의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90%가 넘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 정도로 낮아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가계부채 감축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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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용옥 산은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민간소비의 장기적인 둔화 흐름을 근본적으로 막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출산율 확대와 경제 전반의 구조개선, 가계부채 감축, 1인 가구의 생활안정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민간소비 둔화가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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