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22개 주서 607건 감염 사례
집단 발병 환자 중 97%, 백신 미접종
미국에서 홍역 확산으로 아동이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백신 회의론자'로 유명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존의 입장을 바꿔 "홍역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이라며 접종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6일(현지시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미국 22개 주에서 총 607건의 홍역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93%인 567건은 주요 지역의 집단 발병 사태와 관련된 것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홍역 감염 사례 285건 중 198건(69%)이 집단 발병 사례였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증가한 수치다.
이날 AP통신 등은 이번 홍역 확산 사태 이후 세 번째 사망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망자는 첫 사망 사례와 마찬가지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학령기 아동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2월 하순 미국에서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홍역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번에 숨진 아동 역시 첫 사망 아동과 같은 텍사스주 서부 지역 주민이다.
미 언론은 이번 집단 발병 환자 중 97%가 백신 미접종자라며 '백신 회의론'을 설파한 케네디 장관의 책임론이 대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아들로 케네디가의 일원인 케네디 장관은 과거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등 백신 관련 음모론을 주장한 데 이어 최근에는 홍역 때문에 또 한 번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홍역 유행 초기엔 "별일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가 사태가 악화한 후에야 이를 우선 대응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그동안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 문제"라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 케네디 장관은 지난달 초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텍사스의 홍역 유행은 영양실조의 영향"이라면서 "대구 간유 등 비타민A가 풍부한 식이 보조제 등을 활용한 대체 치료법 임상시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장관의 발언이 감염병 대응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역으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한 텍사스 서부 어린이병원의 의사들은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어린이 홍역 환자들을 검사한 결과, 다수의 어린이가 비타민A 독성으로 인해 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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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케네디 장관은 이날 오후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에 "오늘 텍사스 게인즈 카운티의 홍역 사망 어린이 가족을 위로하러 왔다"며 "홍역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이다"라고 썼다. 이어 그는 "지난 3월 초부터 CDC 팀을 배치해 텍사스 여러 지역에서 홍역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MMR 백신과 기타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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