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애스턴대 연구 보고서
132개국 무역 데이터 분석
韓, 자동차 등 교역 순위 높아 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세계 경제에 최대 1조4000억달러(2060조원)의 경제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자동차를 비롯해 미국의 주요 교역국인 한국은 타국 대비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애스턴대학교 연구팀의 신규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연구팀은 2023년 132개국 간 양자 무역 데이터를 바탕으로 6개 시나리오를 설정해 파급 효과를 모델링했다. 6개 시나리오는 관세 대상국 확대와 보복 여부를 반영해 점진적으로 심화하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가장 극단적 사례인 6번째 시나리오는 미국의 25% 관세 부과와 이에 따른 전 세계 국가의 전면 보복을 가정한다. 캐나다 에너지에는 10%, 중국에는 추가로 20%를 부과하는 조치도 함께 반영됐다. 해당 시나리오에서는 1조4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경제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의 경제적 후생(welfare)은 6.6% 감소하는 것으로 관측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캐나다(-4.9%)가 뒤를 이었으며 미국(-2.5%), 아일랜드(-2.5%), 한국(-1.6%), 네덜란드(-1.3%), 벨기에(-1.0%)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과의 교역 순위가 높을수록 영향도 큰 셈이다.
경제적 후생 감소는 수출입 감소와 관련이 깊다. 관세를 자초한 미국 역시 수출은 66% 줄고 수입이 46%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 높은 무역 집중도와 공급망 의존도로 인해 수출이 7.5%, 수입은 9.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역시 한국과 비슷한 추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FT는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인 한국 역시 타격이 예상된다"며 "특히 자동차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점에서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짚었다.

더 큰 문제는 물가다. 미국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예상 물가 상승률은 5.5%로 2위인 멕시코(1.9%)에 비해 한참 높았다. 캐나다(0.8%), 네덜란드(0.3%), 벨기에(0.1%) 등을 제외한 한국 포함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물가가 되레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준 두 애스턴대 교수는 "각국이 서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이는 1930년 대공황을 심화시킨 무역 전쟁과 비슷한 영향을 미친다"며 "보호무역주의는 경쟁력 약화와 공급망의 붕괴, 소비자에게 불균등한 비용 부과 등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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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전면 관세 전쟁 발발 시 약 550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자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번 상호관세 조치로 실업률은 7% 상승하고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1.7%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경우 우리는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게 된다"며 "경제는 전멸하는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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