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좌표 잘못 입력후 3차례 확인절차 놓쳐
공참총장 "자리연연 안해…지금은 수습우선"
지난 6일 경기 포천 일대에서 발생한 KF-16 전투기 오폭사고는 우연과 실수가 얽힌 사고로 평가된다. 처음엔 표적좌표 오(誤) 입력으로 문제가 시작됐지만, 사고 편조의 조종사들은 세 단계에 걸친 표적좌표 확인과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초유의 오폭사고로 이어지게 됐다. 공군은 표적좌표 중복확인절차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공군은 10일 오전 KF-16 전투기 오폭사고와 관련, 이런 내용을 담은 중간조사결과 및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사과문을 통해 “모든 일은 제 책임”이라며 “초유의 오폭사고로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재산피해를 끼친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공군의 중간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발단은 사고 전날(5일) 발생한 표적좌표 오(誤) 입력이었다. 1번기 조종사가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이를 비행임무계획장비(JMPS)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위도좌표 ‘×× 05.×××’를 ‘×× 00.×××’로 잘못 입력한 것이다. 1번기 조종사가 좌표를 잘못 불렀는지, 또는 2번기 조종사가 좌표를 잘못 들어 입력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들은 JMPS에 입력된 좌표와 실제 좌표가 동일한지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통상 조종사들은 JMPS에 입력된 좌표를 ‘라인업 카드’에 출력해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지만, 이날은 오류가 발생해 좌표가 출력되지 않았다. 2번기 조종사는 이에 라인업 카드에 (폭탄) 투하지점을 포함한 정상적인 14개 좌표를 기록했고, 이를 복사해 1번기 조종사와 나눠 지참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JMPS와 수기로 입력한 라인업 카드 사이 좌표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군 고위관계자는 “(라인업 카드) 출력이 되지 않았더라도 (JMPS) 화면을 보면서 비교해야 하는 데 이런 과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이는 (송금시) 계좌번호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일인 6일에도 조종사들은 표적좌표 오입력을 알아채지 못했다. 통상 조종사들은 비행 전 JMPS에 저장된 정보를 USB형태의 비행자료전송장치(DTC)에 저장하고, 이를 전투기에 업로딩 한다. 1번기 조종사의 경우 오입력 된 표적좌표가 DTC를 거쳐 전투기에 그대로 업로딩 됐고, 2번기 조종사는 DTC 장비 오류로 데이터가 저장되지 않자 라인업 카드에 수기로 적은 표적좌표 정보를 전투기에 수동으로 입력했다.
결과적으론 1번기엔 잘못된, 2번기엔 정확한 표적좌표가 입력됐으나 두 조종사 모두 이를 인지하지 못한 셈이다. 이륙 후 두 번째 확인과정에서도 1번기 조종사는 오입력을 알아채지 못했다. 공군 관계자는 “두 조종사 중 하나가 오입력을 발견하면 교신해 수정하자고 할 수 있지만, 이번 사례는 두 사람 모두 라인업 카드에는 제대로 (좌표가) 적혀 있는데 1번기 DTC에 입력된 좌표정보가 잘못된 것인지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폭탄 투하단계도 마찬가지다. 1번기 조종사는 표적지역 지형이 사전 훈련과 다르다는 점을 느꼈지만, 오입력된 비행 정보를 믿고 임무를 강행했다. 이 때도 육안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정해진 탄착시간(TOT)을 맞추기 위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2번기엔 정확한 표적좌표가 입력됐지만, 정작 조종사는 대열유지 및 폭탄 동시투하에만 집중하느라 오류를 인지하지 못했다.
공군 고위관계자는 “(해당 날짜는) 날씨도 나쁘지 않았고 실질적으로 (육안으로) 표적 확인이 가능한 정도였다”면서 “조종사가 최종단계는 육아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하는데 조종사 측면에서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조종사 외 부대 지휘관의 지휘·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임무 편조의 비행기록장치 확인, 표적 브리핑 확인 등 세밀한 비행준비상태 관리·감독이 미비했단 게 공군 분석이다. 특히 이들은 사전에 실무장 계획서에 대한 조종사 보고·검토도 시행하지 않았다.
이에 공군은 기존 절차에 더해 ▲최종공격단계 진입 전 편조간 표적좌표를 상호 확인하는 절차 ▲중앙방공통제소(MCRC)에 실무장 전담통제사를 지정, 임무 편조와 표적좌표를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해 중복확인절차를 보완키로 했다.
지휘관의 관리책임도 강화된다. 주요 실무장 임무 시엔 부대 지휘관에게 비행계획과 임무 결과를 ‘대면’ 보고하고, 대대장(비행대장)이 브리핑에 직접 참여해 임무 준비상태 및 수행능력을 점검키로 했다.
이날 브리핑에선 오폭사고 상황파악·보고 지연과 관련한 여러 문제점도 지적됐다. 군이 비정상 상황을 인지한 것은 오폭(10시4분) 직후였다.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공군작전사령부 전술조치관(TOD)이 탄착지점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10시 5분 임무편조에 사격 실시 여부를 확인한 것이다. 조종사들은 상호 확인과정에서 좌표 오입력을 인지하고 10시 7분께 MCRC에 통보한 후 군산기지로 귀환했다.
공군 작전사령부는 사격 후 조종사가 좌표 오입력을 확인한 10시7분 비정상 상황을 인지했으나, 오폭사고임을 인지하고도 민간 피해를 일으킨 탄이 전투기에서 투하된 폭탄인지 검증하는 데만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공군 작전사령관에게 오폭이 보고된 것은 상황 인지 14분 후인 10시21분이었다.
오폭사고가 발생한 지 90분 가까이 지난 시점에야 언론에게 이를 공지한 이유에 대해선 “정확한 팩트 확이니 우선이라 생각해 MK-82 폭탄 파편을 최종 확인한 후 공지하게 됐다”면서 “그러나 상황의 중대함을 고려했을 때 비정상 투하 상황 발생 즉시 먼저 알리는 것이 더 적절한 조치였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공군 측은 “상황 판단 및 보고와 관련해 과실이 식별된 관련자들은 법과 규정에 따라 문책될 예정”이라며 “실시간 보고체계를 강화하는 등의 후속조치도 함께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이날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면서 거취에 연연하지 않겠단 뜻을 전했다. 이 총장은 "사고에 대한 후속조치, 재발방지, 임무수행에 모든 제 역량을 집중할 것이고, 이것이 부족하다면 언제든 물러날 용의가 있다"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수습과 재발방지로, 차후 (거취와 관련한) 처분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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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군은 이날부터 2025년 자유의 방패(FS) 연습 연계 비행훈련을 단계적으로 재개키로 했다. 단, 실사격은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고 조치가 완료된 이후 재개할 예정이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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