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 개시 후 첫 주말
식품관 중심 고객 발길 이어져
창립 28주년 기념 할인 프로모션
객단가 높은 가전 매장은 썰렁
영업활동 통한 현금유입 전략 지속성 촉각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닷새째인 지난 8일. 식품 전문 매장으로 운영하는 경기도의 한 '홈플러스 메가 푸드 마켓'은 주말을 맞아 미뤄둔 장을 보려는 고객들로 오전부터 북적였다. 장바구니에 고기와 계란, 야채, 냉동식품 등을 수북이 담은 소비자들이 계산대 앞에 긴 줄을 만들었다. 매대에서는 직원들이 소스류와 냉장·냉동식품, 유제품 등의 빈 공간을 속속 채우고 있었다. 유동성 위기를 우려해 식품업체 일부 협력사들이 납품을 중단하면서 주말 홈플러스 매대가 빌 수 있다는 우려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홈플러스 한 직원은 "보시다시피 상품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지방이나 규모가 작은 일부 점포에서는 상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분위기와 달리 고객 감소 등의 영향도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홈플러스가 지난달 28일부터 창립 28주년 기념으로 진행 중인 단독 슈퍼세일 '홈플런 is BACK' 행사로 식료품을 저렴하게 사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식품관을 중심으로 가족 단위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행사 첫 주 육류 코너에서 100g당 790원에 선보인 '캐나다산 보먹돼 삼겹살'을 추가로 구매하려고 방문한 60대 남성은 해당 상품이 모두 소진됐다는 직원의 말에 아쉬운 표정으로 발을 돌렸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회생절차 개시일인 지난 4일부터 첫 주말을 포함한 9일까지 엿새간 전국 매장에서 올린 매출은 회사가 자체 집계한 지난해 홈플런 행사의 같은 기간과 비교해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또 방문객 수는 5%가량 늘어 역대급 실적을 냈던 전년 행사에 뒤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객단가가 높은 가전 매대 쪽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LG전자 등 일부 협력사가 제품 공급을 일시 중단한 이후로도 홈플러스 측이 미리 보유해 놓은 상품들을 전시해 냉장고나 세탁기, 청소기, TV, 휴대폰 등이 매장에 진열돼 있었으나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했다. 가전 상품 판매 직원은 "상품 공급이 중단된다는 소식은 실제 하루 정도만 이슈가 된 상황이고, 물건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느낀 탓인지, 배송 기일이 짧은 상품군을 중심으로 결제 취소·반품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가전 매대 판매원은 "이번 사태가 아니더라도 통상 가전제품의 배송은 7일에서 열흘가량 소요된다"며 "하루 이틀 상품 공급이 끊겨도 소비자들이 제품을 정상적으로 받지 못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측은 회생절차 개시로 상환이 유예된 금융채권과 달리 협력사 납품 대금과 테넌트(입주업체)를 위한 결제 대금, 임직원 급여 등 상거래 채권은 정상 영업활동을 통해 문제없이 변제한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에 매달 도래하는 납품 대금 규모는 3000억~3500억원 안팎이고, 테넌트에 정산해주는 매출액은 500억~7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여기에 임직원 월급 약 560억원을 포함해 매달 정산해야 하는 상거래 채권액은 5000억원에 달한다. 홈플러스 측이 밝힌 가용 현금 잔고는 약 3000억원. 여기에 매달 영업 활동으로 3000억원 안팎의 순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현장에서 만난 홈플러스 직원들은 '홈플런' 할인행사가 종료되는 오는 12일 이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식품관에서 일하는 한 점원은 "대규모 할인 행사 덕분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지속되고는 있지만, 이 같은 행사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대금 지급이나 판촉 이벤트 등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워낙 부정적인 이슈가 부각되고, 사모펀드(홈플러스 소유주인 MBK파트너스) 관련 논란도 오래전부터 불거진 문제여서 이 부분이 개선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얼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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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현재까지 납품을 중단한 업체들이 일부처럼 보이지만, 기존에는 신용거래였던 홈플러스와의 계약이 지금은 '대금을 언제까지 얼마나 줄 수 있는지 확인한 뒤 상품을 공급'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며 "자금 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 영업활동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정의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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