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의대정원 동결 방침에도 의대생·전공의 복귀 요원
"24·25학번 더블링 관련 교육 대책도 마련돼야"
정부가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지만,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복귀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들은 7일 정부의 발표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복귀 의사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단순히 증원 철회를 넘어 정부의 '필수의료패키지' 정책 철회가 자신들의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의대에서 휴학한 본과 1학년 A씨는 "2027년 정원 재논의라는 말에 진정성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며 "신입생들도 지방 의대에서 반수해서 온 이들을 구심점으로 현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해 수업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그러면서 "정부가 내년 정원뿐 아니라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필수의료 패키지까지 백지화한다면 학교로 돌아갈 의향은 있다"며 "24학번·25학번 더블링 문제 관련 교육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의 한 의대에서 휴학한 예과 1학년 B씨도 "이번 사태의 본질은 필수의료 패키지다. 필수의료 패키지의 시행으로 인해 벌어질 의료 파행을 막고자 학교를 나왔고, 증원은 패키지의 일부일 뿐"이라며 "필수의료 패키지 철회 없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 (정부가)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제안이 2026년도 정원에 한해서만 동결이란 점도 비판했다. B씨는 "2027년 정원부터는 다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한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학생들이) 복귀를 하게 되면 2027년부터는 다시 증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도 복귀할 수 없는 이유로 꼽았다. B씨는 "복지부는 지난 2020년 의정 합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비과학적인 정책을 추진했다"며 "정부의 향후 약속은 합의서 정도로 그쳐서는 안 되며, 반드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날 2026학년도 의대 증원 0명 방침을 발표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생들과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며 "그런 소통에 기반해 오늘의 발표가 나온 것인 만큼 저희는 학생들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으로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들 역시 정부의 이번 제안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의료개혁 전반에 대한 수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의대생들과 뜻을 같이했다.
경기의 한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C씨는 "올해 의대생 교육이 실질적으로 가능한지부터 의문"이라며 "자꾸 구체적인 방안이 아닌 회유책만 내놓으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인 변화 없인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가 어렵다고도 내다봤다. 그는 "필수과 보호 정책이나 전공의 처우 개선 등이 없으면 바뀐 게 없다고 본다"며 "의대생과 전공의가 복귀하더라도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D씨도 "(정부가) 양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복귀를 전제로 동결을 제안할 게 아니라 증원 동결을 약속할 테니 복귀해 달라고 해야 맞다"고 했다.
D씨는 아예 증원 동결을 넘어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올해) 증원한 숫자만큼 감원이 이뤄진 후 원점에서 재논의를 해야 복귀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6년에 2000명 감원이든, 한해 200명씩 10년간 감원하든 이미 늘어난 증원분이 우선 되돌려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와 대화에 나선 학장단을 비판하기도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교육부의 대책은 또다시 5.5년제. 상식적으로도 7500명 교육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후배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물려줘야 할 텐데, 학장이라는 자는 오히려 정부 권력에 편승해 제자들을 시궁창에 빠뜨리려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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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은 "복귀하지 않으면 5058명? 괘씸죄도 아니고, 학생들을 상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사기와 협박뿐"이라며 "7500명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할지 대안도 없이, 내년 신입생 선발부터 걱정하는 모습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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