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현 서울대 명예교수(67)가 유엔의 사법기관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관 선거에 도전한다.
ICJ는 국가 간 법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1945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이른바 '세계의 법정'이라 불린다. 193개 유엔 회원국이 당사국으로 가입돼 있다. 한국은 설립 이래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재판관을 배출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약 80년 만에 처음으로 재판관 선거에 후보를 냈다.

6일 외교부에 따르면 백 교수는 2026년 말 치러지는 ICJ 재판관 선거에 입후보할 예정이다.
백 교수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석사, 영국 캠브리지대 법학박사를 취득했다. 1990년 외무부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1997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법 교수로 근무한 뒤 2009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 2015년 아시아국제법학회 회장, 2017년 ITLOS 소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부터 국제법학술원(IDT)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IDT는 1873년 설립된 세계적 권위의 학술협회로, 백 교수는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한 종신회원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백 교수는 풍부한 국제 재판 경험과 학문적 배경을 보유한 국제법 전문가로서, ICJ 재판관으로서 최적의 후보자"라고 말했다.
ICJ는 국가 간 법적 분쟁 해결과 유엔 총회·안전보장이사회 등의 법적 질의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국제기구다. 재판관 15명으로 구성되며, 임기는 9년이다. 3년 주기로 5명의 재판관을 선거를 통해 교체하는데, 내년 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입후보한 후보자에 대해 유엔총회와 안보리가 동시 투표해 양측에서 절대과반을 얻어야 당선된다. 현재까지 백 교수를 비롯해 최소 8개 국가의 재판관들이 입후보를 예고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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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그간 한 번도 ICJ 재판관 선거에 후보자를 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백 교수의 도전에 많은 기대가 모아진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발전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법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과 국격에 걸맞은 기여를 하기 위해 ICJ 진출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왔다"며 "관계부처 및 학계, 법조계 등 의견을 청취해 입후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그 결과 백 재판관이 후보자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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