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200~2000m에서 사는 심해어
해수면 근처서 발견되는 일 극히 드물어
스페인 카나리아제도 테네리페섬 해안에서 심해어 '악마의 물고기'가 포착돼 화제다. 해양 연구자들은 대낮에 이 물고기의 성체가 살아 있는 채로 목격된 최초 기록일 수 있다고 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르카 등 외신은 비정부기구(NGO) 콘드릭테네리페를 인용해 지난달 26일 상어 연구를 하던 중 '검은 악마의 물고기(Black Devil Fish)'가 해수면 근처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검은 악마의 물고기'는 수심 200~2000m에서 사는 심해어다. 머리에 있는 초롱불처럼 스스로 발광하는 안테나 모양의 촉수를 통해 완벽한 어둠 속에서 서식하기에 해수면 근처에서 발견되는 건 극히 드물다. 물고기를 발견한 NGO 관계자는 "살아있는 모습을 볼 기회가 거의 없는 전설적인 물고기"라며 "현재 남아 있는 기록은 유충이나 죽은 모습, 또는 잠수함으로 촬영한 것뿐"이라고 했다. 다만 연구팀은 계속 이 물고기를 관찰했는데, 안타깝게도 상처를 입은 상태여서 몇 시간 만에 폐사했다고 한다.

이 물고기는 멜라노케투스과에 속하는 혹등아귀(학명 Melanocetus johnsonii)다. 이는 그리스어로 '검은 바다 괴물'을 의미한다. 이 심해어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보다 큰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길고 뾰족한 이빨과 등지느러미 아래에 수많은 피부 가시를 가진 것이다. 큰 입과 불규칙한 이빨을 포함한 독특한 외형 때문에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서 사악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마르카는 "이번 발견은 카나리아제도 주변의 바다 아래에 숨겨진 신비함과 이 독특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이 물고기가 일반적인 서식지에서 멀리까지 이동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물고기가 강한 해류에 휩쓸렸거나 질병, 포식자를 피해 해수면 가까운 곳까지 이동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심해어가 지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주 해변에서 이른바 '종말의 날 물고기(Doomsday fish)'로 불리는 대형 산갈치가 발견되며 불안을 자아내고 있다. 이 물고기는 자연재해의 전조라는 속설로 유명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다. 당시 이 해변에서 발견된 산갈치는 길이 약 2m로, 평소 수심 900m 이상의 심해에 서식하는 어종이다. 서퍼들이 발견 당시 꼬리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으며, 숨이 붙어 있어 바다로 돌려보냈지만, 생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로 2020년 6월 멕시코 크수멘 해변에서도 대형 산갈치가 발견된 후 열흘 만에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한 바 있다. 같은 해 7월 알래스카에서도 산갈치가 목격된 후 규모 7.8의 지진이 일어나며 이러한 속설에 대한 믿음을 더욱 강화했다. 또한 지난해에도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3개월 동안 3차례 산갈치가 발견된 뒤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호주에서도 지난해 말 머리가 말과 닮은 거대한 산갈치가 잡혀 화제를 모았고, 국내에서는 2022년 8월께 길이 2m에 달하는 산갈치가 처음으로 발견되며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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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문가들은 산갈치의 출현과 자연재해 간의 과학적 연관성은 없다고 말한다. 일본 도카이대와 시즈오카현립대 연구팀은 1928년부터 2011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산갈치와 지진 발생 간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는 최근 해양 환경 변화, 적조 현상, 개체 수 증가 등이 산갈치의 빈번한 출현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해변에서 발견된 산갈치도 폭풍우나 심각한 상처를 입은 뒤 해변으로 밀려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최근 많은 심해어가 지상에서 발견되는 현상과 관련해 해양학자들은 "폭풍우나 해류 변화, 부상 등으로 인해 심해어가 해변으로 밀려올 수 있다"며 "최근 적조 현상이나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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