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0년물 금리 4.821%…2008년 이후 최고
영국에서 국채와 파운드화 매도세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고율 관세 부과 위협뿐만 아니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높은 정부 차입 수요 등 경제 약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8일(현지시간) 런던 시장에서 영국 10년물 금리는 한때 4.821%까지 치솟으면서 2008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는 5.38%에 도달해 1998년 이후 가장 높았다. 투자자들이 영국 국채를 앞다퉈 팔았다는 의미다.
영국 국채 금리는 지난해 9월부터 오름세를 보였다. 10월 들어 인플레이션이 확장세로 돌아서며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후퇴했다. 또 키어 스타머 노동당 정부가 총선 후 첫 예산안에서 30년 만의 최대 증세안을 공개하면서 저성장에 돌입한 영국 경기 침체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보편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대외 변수마저 추가됐다.
올해 초부터는 타 주요국보다 상승 폭이 특히 컸다. 이에 따라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정부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영국의 정부 부채는 지난해 10월 기준 2조7915억파운드로 국내총생산(GDP)의 97.6% 수준이다. 유럽연합(EU)이 권고하는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60%)과 비교할 때 상당히 큰 규모다.
산제이 라자 도이체방크 영국 수석 경제학자는 이 같은 국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영국의 연간 부채 이자 비용이 약 100억파운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새로 생겨나는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는 영국 경제 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공공 투자를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노동당 정부에 적잖은 딜레마가 될 전망이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영국의 지난해 3분기 GDP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0%를 기록했다. 도이체방크 리서치는 영국의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을 -0.1~0.1% 사이로 예측하며 경기 침체 가능성을 거론했다.
한편 달러화 대비 파운드화는 1.1% 하락하며 1.234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FTSE 250지수는 전장 대비 1.96% 하락한 1만9952.24로 마감했다.
영국의 경제 상황과 관련해 앤드루 피즈 러셀 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전략가는 "경제 침체, 끈적끈적한(sticky) 인플레이션, 재정 전망 악화라는 독성 조합으로 인해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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