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도 '맞불'
비대면 진료 허용을 둘러싼 약사들의 반발이 거센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20일 진행됐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 비대면 진료 서비스 품질 및 안전성에 관한 대국민 설문조사에 약사들이 단체로 설문조사에 참여해 부정적인 결과를 유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비대면 진료 허용 시 약 배송으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직업군이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약사들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설문조사에 부정응답을 요청하는 방식의 대화가 전달됐다. 협의회는 2125명의 약사가 모여있는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을 공개했다. 여기서 한 약사는 "(설문 조사 특정 항목) 두어개로 몰아 찍어야 1위 약 배송(허용)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오남용', '모니터링 강화' 등 부정적인 항목을 1·2위로 선택하라고 제시했다. 해당 약사는 "약 배달이 뚫리면 배달의 약국, 무한가격 비교, 서비스 경쟁이 불 보듯 뻔하다"며 기타 의견에 '약 배송은 국민 건강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니, 허용해선 안 된다' 등의 내용도 기재할 것을 독려했다.
원산협은 "(부정 응답을 유도한 약사는) 대한약사회 간부로 알려졌다"며 "실제로 이 메시지 이후 설문조사 참여자가 빠르게 증가함과 동시에 특정 문항의 부정 응답도 크게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부정 응답을 요청하는 방식의 여론 조작 행위가 발생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대화방 내용 외에도 지난 9일 연제덕 경기도약사회장 당선인은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 약사 회원들이 디지털 공론장에 가입, 설문에 적극 참여해 비대면 진료 제도에서 약 배달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원산협은 "국민들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수렴하는 절차인 만큼 최대한 사실적인 의견이 개진돼야 하는데, 약사회에서 소위 ‘좌표’를 찍어서 부정적인 응답을 독려하는 것은 건강한 논의를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설문조사 이후 국민과 산업계, 의약계에 대한 오프라인 의견 수렴 절차가 추가로 마련된다면 보다 객관적이고 신뢰성이 담보되는 여론 수렴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내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1위 기업인 닥터나우는 최근 앱 공지사항을 통해 정부 주관 비대면 진료 정책 개선 설문 참여 독려에 나섰다. 이 가운데 닥터나우는 ▲약 배송 금지 ▲한시적 24시간 비대면 진료 ▲일부 의약품 비대면 처방 제한(비만치료제, 향정신성의약품) 등 현재 비대면 진료 정책을 언급하며, 정책 개선을 위한 참여 방법을 안내했다.
한편 이번 대국민 설문조사 항목엔 사용 여부를 비롯한 ▲만족도 ▲처방 적절성 ▲개인 정보 보호 신뢰성 ▲비대면 진료 의료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개선 사항 등이 포함돼 있다.
지금 뜨는 뉴스
약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진료에 대한 긍정 평가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오전 11시 기준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2867명 중 1900명(66.28%)이 비대면 진료 경험에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1836명(64.04%)은 비대면 진단이 정확하다고 평가했다.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2793명 중 1792명(64.16%)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통해 국민의 진료 환경 접근성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