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규제기관, 기업은 글로벌 결제 시스템을 토큰과 전자화폐를 포함하는 디지털 고속도로로 전환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전 세계에 즉각적이고 안전한 거래를 제공하는 동시에 결제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서다. 2027년이 되면 20개국에서 국경 간 결제의 4분의 3은 1시간 내 수취인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AI)만큼 혁신적이다. '백 오피스'의 현대화는 국제 무역부터 외딴 마을의 수공예품 구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거래를 방해하는 어려움을 제거해 글로벌 경제 확장을 촉진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과제가 산적하다. 은행가들은 누가 통제권을 가질 것인가를 놓고 씨름하고 있다. 정부는 권한을 양도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진전은 빠르지 않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총책임자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연례회의에서 “국경 간 결제는 금융 시스템의 중요한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마찰이 없는 글로벌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경 간 결제는 비용이 많이 들고(평균 6.3% 수수료), 때로는 완료까지 며칠이 걸릴 정도로 느리다. 레거시 시스템은 은행 간 상호 접속을 방해한다. 불충분한 보안 조치는 사기 및 사이버 공격의 위험을 높인다. 국가 간 금융 거래를 처리하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표준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다.
전문성과 역량은 일부 선진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부족하다. 각국의 통화 및 자본 흐름에 관한 법률은 국경 밖에서의 송금을 제한하고 있다. 일부 정부는 미국 달러의 세계 기축 통화 지위를 무너뜨리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언어, 금융 용어부터 돈과 신뢰에 대한 문화에 내재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오래된 장벽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가상화폐, 자산 토큰화(소유자가 계좌에 전자적으로 보관하거나 구매자에게 이체할 수 있는 자산을 나타내는 디지털 토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가 갖고 있는 문제도 남아 있다. 이 같은 금융 상품은 종종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다. 블록체인은 자산을 검증하고 소유자가 자산을 이전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면서 동일한 자산이 다른 거래에서 동시에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기술이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개인 결제 시스템이 등장했다. 시스템마다 고유한 프로세스와 비용이 있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얽혀 있다.
세계 최대 '현금 없는' 국가인 중국에서는 핀테크 앱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중국 디지털 결제의 90%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총 기업 가치가 1조달러에 달하는 380개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이처럼 수익성 높은 기회에 등장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41%가 향후 5년 이내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
글로벌 표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런 확산은 세계를 더 작고 상호 연결성이 낮은 경제 블록으로 나눌 것이다. 비효율이 만연하고 위험 분산의 폭이 좁아지며 거래에서 더 많은 마찰이 발생하고 디지털 격차가 더욱 심화할 것이다. 마치 여러 나라에 있는 휴대폰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여러 개의 플러그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결제 시스템의 상호 운용성은 어려운 과제다. 국제표준화기구의 ISO 20022 플랫폼은 메시징 금융 거래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BIS, IMF 등은 싱가포르의 '프로젝트 넥서스'와 같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컴퓨터 코드와 프로세스의 표준화에 초점을 맞추고 권장 사항을 구체화하는 것이 옳다. 변화의 속도를 고려할 때 이러한 노력을 강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어떤 법률과 규정이 우선할지 결정하는 것은 더 큰 과제다. 국제 계약에 사용되는 법률 조항을 선택하는 것은 한 가지 방법이다. 결제 시스템과 디지털 금융 상품을 사용하려면 당사자는 거래가 특정 국가의 규제를 받는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 바젤 협정 및 다양한 유엔 협약에 따른 기존 프레임워크도 해결책을 위한 토대를 제공한다.
지정학적 긴장과 우선순위를 고려할 때 사기를 적발하고 은행, 투자자, 결제 처리업체를 보호하며 표준을 시행하기 위한 글로벌 감독 기관을 설립하는 데는 관심이 거의 없다. IMF와 BIS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되지 않았으며, 회원국들도 이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거의 없어 보인다. 세계무역기구가 직면한 어려움은 다국적 기구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토큰, 통화, 스마트폰의 QR 코드 결제를 통한 디지털 고속도로의 약속은 개척자들이 얼마나 신뢰를 얻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의 진전은 고무적이다.
제임스 데이비드 스펠먼 스트래티직 커뮤니케이션 대표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Why digitising financial pipelines is essential for global prosperity'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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