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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폐쇄적인 태도와 과도한 자부심 혁신 저해"[삼성 위기진단]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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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장관 지낸 이종호 서울대 교수
"과도한 보안에 내부 협력까지 단절"
"기술 실용성 우선" 흑묘백묘론 강조
"'삼성 뒤에 국민 있다'는 믿음 줘야"

"삼성, 폐쇄적인 태도와 과도한 자부심 혁신 저해"[삼성 위기진단]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지난 17일 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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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서울대 공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윤석열 정부의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임명됐을 때, 반도체 업계는 큰 기대를 나타냈다. 반도체 분야에 평생을 바친 그는 2001년 카이스트와 함께 세계 최초로 3차원(3D) ‘벌크 핀펫’(Bulk FinFET)을 공동 개발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이끈 핵심 인물이다. 벌크 핀펫은 현재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채택한 표준 기술로, 미국 인텔은 막대한 특허료를 지불하며 이를 도입했고 삼성전자 역시 활용하고 있다. 장관직을 마치고 학계로 돌아온 그를 지난 17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이 교수는 삼성전자의 위기론에 대해 "폐쇄적인 태도와 과도한 자부심이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며 외부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삼성전자 위기, 어떻게 보나.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지만, 지나친 자부심이 외부와의 소통을 막는 장애가 될 수 있다. 보안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내부에서도 대화가 단절되고, 외부와의 협력은 더욱 어려워진다. 흥미로운 점은 경쟁사들이 이미 삼성의 제품을 철저히 분석하고 있는데, 정작 삼성은 보안을 강화한 나머지 대학이나 출연연 등 내부에서도 정보를 나누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상황과도 비슷하다. 너무 빠르게 발전하면서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일부 잃은 측면이 있다. 미국 대기업들은 대학이나 공공 연구소를 파트너로 인정하며 긴밀하게 협력하지만, 한국에선 이런 관계가 부족하다. 상대방을 진정한 파트너로 대우해야 그들도 최선을 다해 협력에 참여한다.


-삼성과 대만 TSMC 파운드리 격차는 왜 벌어졌나.

▲TSMC는 고객 중심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애플이 설계 실수로 불량이 발생했을 때, TSMC는 이를 지적하지 않고 수십 명의 엔지니어를 미국에 파견해 문제를 함께 해결했다. 반면 삼성은 폐쇄적인 구조가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TSMC 창립자 모리스 창은 중소기업이라도 기술이 뛰어나면 그 가치를 인정하고 구매한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대만은 TSMC와 정부가 협력해 설립한 대만반도체연구소(TSRI)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사한 시도를 했지만 여러 어려움에 부딪혔다.


-파운드리가 살아나려면 분사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내부 인력이나 자금 등은 구성원들이 더 잘 알기 때문에 그들의 판단을 따르는 것이 맞다. 일반적으로 보면 모든 것을 한 회사가 다 감당하는 것은 어렵고 자금과 인력이 필요하다. 내부에서 여러 조건을 고려해 분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장비부터 패키징까지 모두 하려 했지만, TSMC는 그 방식으로는 승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반도체산업에선 산·학·연 협력이 중요해 보인다.

▲한국은 3㎚ 기술노드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FET 기술에 집중하고 있지만, 수율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통해 빠르게 성장해왔다. 이제는 ‘퍼스트 무버’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면 과제 해결과 도전적 연구를 위해 산학연 간의 소통과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는 300㎜ 웨이퍼로 선행 연구를 수행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이를 기업 내부에서만 해결하려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중소기업을 포함한 산학연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선행 연구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부족했고 체계적인 접근이 미흡했던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제는 복잡한 조건을 따지기보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


"삼성, 폐쇄적인 태도와 과도한 자부심 혁신 저해"[삼성 위기진단]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지난 17일 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삼성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 제품이 엔비디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보인다.

▲HBM 역사 초기 삼성전자는 맨파워와 좋은 시설을 기반으로 2세대 HBM을 최초 개발했으나 양산 연구에 집중하지 않았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미래를 보고 HBM에 집중했다. 당시 이석희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통찰력이 돋보였다. 인공지능(AI) 발전과 병렬 프로세스, 대역폭이 넓은 메모리 중요성을 인식하고 HBM 개발을 지속했다. 내부 반대에도 박명재 박사 같은 훌륭한 엔지니어들이 합류하며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했다. 통찰력을 키워 미래를 읽은 것이다.


-전영현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바꿀 수 있을까.

▲AI가 가져올 변화가 크다. 게임기용 그래픽 카드를 만들던 엔비디아가 AI 혁신의 흐름을 타며 큰 성과를 거둔 것이 좋은 예다. 엔비디아 다음으로 삼성전자가 AI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영현 부회장이 기회를 잘 찾아내야 한다. AI는 판을 흔들어 기회를 주고 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게 산학 협력이다. 연구자들이 본인에게 돌아오는 게 없다고 생각하면 소위 사람 본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 모리스 창처럼 기술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인정해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국가이기에 이런 구조가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


-컨트롤타워 재건과 이재용 회장 등기임원 등재가 필요하다고 보나.

▲미래전략실 부활이나 이재용 회장 등기이사 복귀가 삼성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등기이사 복귀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고 본다. 인사권이 제일 중요한데 그 권한을 이미 이 회장이 가지고 있지 않나. 삼성에 필요한 것은 퍼스트 무버로서의 변화다. 큰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조직 혁신이 더 중요하다.


-어떤 혁신을 말하는 건가.

▲장관으로 있을 때 가장 자주 했던 말 중 하나가 "우리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윗사람들은 승진 압박으로 시스템 문제를 개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한국의 회사 운영 체계는 문화적 배경 때문에 개인이 단독으로 바꾸기 어렵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물이 새는 곳을 체계적으로 막듯 접근해야 하며 종합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고위층은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현장 의견을 경청하고, 지혜로운 사람들과 논의하며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50주년을 맞이했다. 앞으로 방향은.

▲선도형으로 도약하려면 통찰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처럼 기술의 출처보다 그 기술이 얼마나 유용한지가 핵심이다. 작은 대학이나 덜 알려진 연구기관의 기술이라도 가치가 있다면 옥석을 가려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명성보다 실질적 기여를 중시하며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문화가 자리 잡아야 기술 혁신이 가능하다. 비판보다는 긍정적인 동력으로 전환해 기업을 지원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업이 외면받아서는 안 되며 해외에서도 "삼성 뒤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대담=이광호 산업IT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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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최서윤 기자


편집자주이종호 교수는 반도체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전자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원광대와 경북대 교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초빙연구원, 미국 MIT 마이크로시스템기술연구소 박사후연구원(포닥)을 거쳐 2009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고 2018년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2016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회원의 0.1% 이하만 선정되는 석학 회원이 됐고, 2022년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2015년 한국공학한림원 젊은 공학인상, 녹조근정훈장을 받았고 2017년 한국공학한림원이 선정한 2025년 대한민국을 이끌 100대 기술과 주역으로 선정됐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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