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가벼운 샐러드도 토핑 올리면 1만원 넘어
샐러드가 건강을 중시하는 직장인들의 단골 점심 메뉴로 자리 잡으면서 점점 높아지는 샐러드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이가 늘고 있다. 샐러드는 주재료가 채소인데다 조리과정이 간단한 만큼 다른 음식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간단히 담은 한 그릇이라도 직장인들의 평균 점심값을 웃도는 경우가 많다.
300개가 넘는 가맹점을 보유 중인 프랜차이즈 샐러드의 메뉴 가격대는 8600원(탄단지 샐러드)~1만1400원(그라브락스 연어 샐러드)이다. 2016년 4100~6200원이던 가격대가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1만원 전후 수준으로 올라갔다.
올해 역시 일부 메뉴 가격이 인상됐는데, 대표 메뉴인 우삼겹메밀면 샐러드는 8700원에서 9300원, 칠리베이컨웜볼 7900원에서 8600원, 우삼겹웜볼 8500원에서 8900원, 맥시칸 랩 6700원에서 7200원, 연어샐러드는 9900원에서 1만900원으로 4~10%가량 올랐다.
여기에 추가 토핑을 선택하면 가격은 더욱 높아진다. 샐러드 프랜차이즈의 토핑 선택에 따른 추가금은 품목별로 1000~3000원대에 달한다. 과거에는 샐러드 종류가 한정적이었지만 최근엔 고객이 드레싱과 토핑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대신 고급화되면서 샐러드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다른 샐러드 프랜차이즈의 상황도 비슷하다. 슬로우캘리의 샐러드 가격대는 9500~1만4500원, 샐러드박스는 9000~1만4000원이다. 피그인더가든은 가격대가 더 높다. 인기 메뉴인 고메비프라이스는 1만4500원, 로티치킨아보라이스는 1만3900원이다.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편의점 제품 가격 역시 6000원에 육박한다. GS25의 케이준 포케 샐러드 가격은 5400원, CU의 압도적 올리브 샐러드는 5900원이다.
채소는 고기 등과 비교할 때 저렴한 식자재인데다, 샐러드는 채소를 다듬은 뒤 재료 위에 드레싱을 뿌려 완성하는 만큼 조리가 어렵지 않다. 이 때문에 샐러드 가격이 일반적인 한 끼 식사 가격보다는 저렴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직장인 평균 점심값인 1만원을 넘어서는 메뉴가 수두룩하다. 30대 직장인 김혜선씨는 "샐러드 가게가 우후죽순 늘어났는데 가격도 비싸졌다"며 "샐러드에 토핑 추가하면 1만5000원은 넘어간다. 밥보다 비싸다"고 푸념했다.
샐러드 가격이 높아지며 햄버거(단품 기준)보다 비싼 경우도 늘고 있다. 롯데리아의 햄버거 가격은 4300(데리버거)~1만3400원(더블 한우불고기)대다. 버거킹의 단품 와퍼 가격은 8000(불고기와퍼)~10500원(불맛더블치즈베이컨버거)이다. 다른 외식 음식과 비교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9월 주요 외식 메뉴인 짜장면은 7308원, 칼국수는 9308원, 김치찌개 백반은 8192원, 비빔밥은 1만1038원이다.
비싸도 샐러드 먹는 직장인들…헬시플레저 영향
샐러드는 직장인들이 찾는 단골 점심 메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바쁜 일상 속에서 건강하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식사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신념 등을 이유로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다. 특히 MZ세대에 각광받고 있는 건강을 즐겁게 관리한다는 뜻의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이 크다.
샐러디 역시 2015년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이래 빠르게 점포 수가 증가했다. 가맹점 수는 2020년 9월 100개를 넘었고 이후 2021년 7월 200개, 2022년 7월 300개, 2023년 8월 350개를 돌파했다. 현재 가맹점 수는 9월 기준 379개다. 국내 샐러드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는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신선 편이 과일·채소 시장은 2020년 1조1369억원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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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샐러드에 대한 부담이 늘면서 직접 밀프렙으로 끼니를 챙기는 이도 많다. 밀프렙은 식사(meal)와 준비(preparation)의 합성어로 일주일 정도의 식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을 뜻한다. 식사를 한꺼번에 만든 뒤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꺼내 먹는 식이다. 균형 잡힌 식사를 준비하거나 메뉴를 고민할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고물가 속 식자재값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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