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서도 대형 로펌 선임 힘들어
영세한 사업장에 처벌 집중 우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31개월 동안,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의 작은 건설 사업장이었다. 중소형 건설사는 대형 건설사와 달리 중처법 시행에 대비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재판 과정에서도 대형로펌보다는 해당 지역 소재의 중소로펌과 개인변호사 등을 선임해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2022년 1월 중처법 시행 이후 지난달 말까지 1심에서 중처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기업 22곳 가운데 12곳이 상시 근로자 수 50인 미만 사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처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또는 건설 공사 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됐다. 12곳은 상시 근로자가 50인 미만 기업이지만, 중대재해가 발생한 건설 현장이 공사 금액 50억 원을 넘어 중처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중처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건설사·관리업체(서비스업)은 총 13곳이었다. 제조업체는 9곳으로 상시 근로자가 모두 50명이 넘었다. 제조업에서는 규모 50~99명 2곳, 100~300명 4곳, 300명 이상이 3곳이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광인산업으로 중대재해가 일어났을 당시 상시 근로자가 2400여 명이었다.
22곳 가운데 재판 과정에서 10대 대형로펌을 선임한 곳은 3곳뿐이다. 두성산업은 법무법인 화우를, 태성종합건설은 율촌을, 삼강에스앤씨는 세종을 선임해 재판에 대응했다. 이밖에 만덕건설은 평산을, LDS산업개발은 해광을 선임하기도 했다. 다수 건설사와 제조업체는 중대재해 사건이 일어난 창원과 대구, 부산 등 해당 지역의 법무법인이나 네트워크 로펌 등을 선임했다. 중처법 위반 1호 판결을 받은 온유파트너스 사건과 국제경보산업 사건을 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가 변호하며, 유일하게 2건 이상을 수임했다.
한편 대검에 따르면, 중처법 시행 뒤 지난달 말까지 검찰에 송치된 중처법 위반 혐의 사건은 141건이다. 이 가운데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60건이고, 18건은 불기소 처분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중처법이 도입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는지 점검해 봐야 하는 시점”이라며 “대기업은 안전조치에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어, 사고가 일어나도 중처법 위반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취지로 만든 법안이지만 사실상 처벌은 규모가 영세한 사업장에 쏠릴 수 있다”며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 정부가 영세사업장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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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경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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