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더 특별한 이유
매년 8월 일본에서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이른바 '고시엔(甲子園)'이 열린다. 정식 명칭을 놔두고 고시엔으로 불리는 까닭은 대회가 매번 효고현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고시엔'의 '고시(甲子)'는 한자 그대로 구장이 1924년 갑자년에 완공돼 붙은 이름이다.
일본에는 고교 야구팀이 전국에 약 4000개 있다. 이 모든 인원이 고시엔 구장에 들어갈 수는 없다. 구장 입성을 위해서는 먼저 치열한 지방 예선을 거쳐야 한다. 전국 49개 지역에서 열리는 지방대회에서 우승해야 지역 대표로 고시엔 출전권을 따낼 수 있다. 학교가 많은 동네일수록 경쟁은 치열해진다. 이 때문에 일본 야구부원들의 꿈은 모두 하나다. 고시엔 구장의 흙을 밟아보는 것이다.
그렇게 올라간 본선 고시엔에서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가 치러진다. 패한 팀은 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회 중계에서는 패배한 선수들이 구장의 흙을 모아 병 등에 담아 가져가는 모습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내년에 반드시 이곳에 돌아와 이 흙을 돌려주겠다는 각오다.
이렇다 보니 고시엔은 일본의 많은 스타 선수를 배출했다. 메이저리거 마쓰이 히데키, 오타니 쇼헤이 등은 모두 고시엔 구장을 밟아본 선수들이다. 오타니는 두 번의 고시엔에 참가했는데, 모두 첫 경기에서 패했던 아픔이 있다.
이번 고시엔은 지난 7일부터 시작해 23일 결승전으로 마무리된다. 매년 일본 언론은 지방 대회 예선전부터 본선까지 고시엔을 집중 보도하지만, 이번 고시엔은 특히나 일본 안팎으로 관심이 뜨겁다. 한국계 학교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관동제일고)가 우승컵을 두고 승부를 펼치기 때문이다.
교토국제고는 이미 교토를 대표해 2021년, 2022년 2년 연속 고시엔에 참전했을 정도로 이름을 날리는 학교다. 지난해는 아쉽게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미 2021년과 2022년에도 고시엔 구장에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었다. 일본 여름 최대 축제로 불리는 고시엔인 만큼 재일 동포사회에 야구는 또 하나의 큰 힘이 되고 있다.
결승전 진출 양팀은 실력이 막상막하여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간토다이이치고는 지난해 고시엔에서도 4강까지 올라갔던 강팀이다. 간토다이이치고는 최고 속도 150km/h를 넘는 스트레이트를 던지는 사카이 하루와 날카로운 변화구를 던지는 타나카 텟신 선수가 에이스로 꼽힌다. 교토국제고에는 휘는 슬라이더가 특기인 나가사키 루이와 낙차 큰 체인지업을 던지는 니시무라 잇키 선수가 이들의 대항마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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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됐다. NHK는 이날 오전 7시 30분 두 팀 선수들이 입장하는 내용을 속보로 띄웠다. NHK는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침착하고 당당한 표정으로 구장에 입성했다"며 "두 팀 모두 투수진의 뛰어난 안정감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선취점이 우승의 향방을 크게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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