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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율·기준 모두 '비공개'…채용연계형 인턴에 피마르는 취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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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전환에 구직자 부담 가중
채용형 인턴 공고 5년새 23% 증가
전문가 "구직자들 위한 제도 필요"

"인턴 생활을 하면서 부장님이 꿈에 자주 나올 정도로 열심히 하고 정규직 전환 PT 발표 전날엔 회사에서 밤도 새웠는데…결국 떨어졌어요."

20대 A씨는 지난해 초 통신 업계 대기업의 채용연계형 인턴으로 채용됐다. 3개월간 치열한 생활을 했지만 결국 최종 합격엔 실패했다. 인턴 전형에서 3차의 과정을 거치고도 정규직 전환을 위해 주간보고서부터 현업부서원 평가, PT 발표, 임원면접 등 추가로 4차가 넘는 과정도 겪어야 했다. 지사당 3~4명의 인턴이 배치됐으나 정규직 전환은 1명만 되거나 아예 뽑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A씨가 일했던 지사에서도 단 1명만 살아남았다.

정규직 전환율·기준 모두 '비공개'…채용연계형 인턴에 피마르는 취준생 한 직장인이 서울의 골목길을 오후의 햇빛을 받으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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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모든 인턴이 합격하는 경우가 없다는 소문을 듣고 동기들끼리 티는 안 내지만 경쟁심과 시기, 질투를 서로 느꼈다"며 "전환 기준이나 채용 인원 수를 명확히 하지 않으니 너무 답답하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지인들의 의견을 취합해보니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인원들은 재지원을 할 때 몇 년간 서류 합격조차 시켜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채용연계형 인턴은 짧게는 2주, 길게는 6개월간의 인턴 생활 이후 정규직으로 채용이 전환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10여년 전부터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전환율이나 전환 기준 등을 공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구직자들은 '피를 말릴 정도'의 긴장감과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채용연계형 인턴 과정을 거친 후 최종합격한 경우에도 해당 전형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정적이다. 지난해 4월 화장품 제조업 회사에서 한 달간의 인턴 과정을 거치고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김모씨(24)는 "문제가 없으면 전환될 것이란 말을 들었지만 매일 실수한 건 없을지, 결과는 언제 나올지 몰라 항상 불안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회사는 공채 없이 모든 지원자가 인턴 과정을 거쳐야 정규직이 될 수 있다. 최근 전환율은 약 50% 정도로 알려진다.


기업에서는 같이 일해봐야 해당 직무에 적합한지 알아보고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매년 채용연계형 인턴을 선발하고 있는 IT 업계 대기업 관계자는 “채용연계형 인턴의 전환율이나 기준을 구직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지는 않다"며 “전환율이 낮은 편은 아니지만, 손발이 맞는 분들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을 정해두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규 채용 규모는 줄고 있지만, 채용연계형 인턴에 대한 기업의 수요는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채용연계형 인턴 공고는 지난해 1만9266개로 5년 전(1만5611개)보다 23% 증가했다.


정규직 전환율·기준 모두 '비공개'…채용연계형 인턴에 피마르는 취준생

특히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에는 전년과 비교해 채용연계형 인턴의 채용 공고가 52%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당시 사회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정규직 고용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구조조정이 쉬운 보수적인 고용 전략으로 인턴십 등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갑을관계가 명확한 취업 시장에서 구직자를 위한 안전망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는 구직자들의 불확실성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기업들은 돈은 적게 들이고 인력 활용은 쉽게 하며 을의 입장인 구직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며 "기업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운영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도 "채용하는 시늉만 내고 실제로 정규직 전환 비중이 낮은 기업들이 있다"며 "이들이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뽑는지 공개하게 하는 제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채용연계형 인턴이 체험형보다도 수습 기간과 선발 과정을 길게 만드는 희망 고문에 불과하도록 고용공시제를 잘 정비해야 한다"며 "고용공시제를 잘 정비하고 궁극적으로는 인턴제에 의존하는 관행이 우리나라에서 적절한 고용 정책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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