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신호를 선별해 감지할 수 있는 인공 음향센서가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고려대 한창수 교수·전은석 박사 연구팀이 인간의 달팽이관(소리 인지 과정)을 모사해 주파수를 분리-검출할 수 있는 ‘무전원·다채널’ 방식의 차세대 음향센서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달팽이관은 귀의 가장 안쪽에 위치해 소리의 진동(주파수)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나선형의 달팽이관을 펼치면 내부 관을 따라 매우 얇은 세포 경계막인 기저막이 있다. 시작부인 기저부는 폭이 넓고 두께가 얇지만, 달팽이관 꼭대기(첨단부)로 갈수록 폭은 좁아지고 두께는 두꺼워진다. 이러한 형상의 달팽이관 기저막은 인간이 주파수 대역별로 다양한 소리를 감지할 수 있게 한다.
달팽이관의 생체기능을 모방한 음향센서 연구는 지난 20여년간 지속됐다. 다만 기존 연구로 개발된 음향센서는 주파수 대역이 좁은데다 여러 채널 사이에 주파수 대역의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리를 검출해 분석하는 데 한계점을 보였다.
이에 착안해 연구팀은 달팽이관의 기저막 형상을 보다 정밀하게 모사한 차세대 인공 기저막 센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생체 기저막의 3차원 구조 특징을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설계에 반영한 결과다.
우선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 기저막 센서는 생체 기저막처럼 길이 방향에 따라 폭이 변하도록 설계됐다.
또 나선형 구조를 채택해 면적 대비 길이를 최대한 길게 만들어 주파수 대역을 넓혔다. 1데케이드(decade) 미만이던 기존 인공 기저막 센서의 주파수 대역을 2.13데케이드, 96~12,821헤르츠(Hz)로 확장한 것이다.
기저막과 청각신경을 모방해 24개 압전 센서 모듈을 부착, 24개의 채널이 각각 독립적인 주파수 대역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이는 기저막의 위치에 따라 원하는 특성 주파수(진동하는 기저막의 위치에 따라 최대 진폭을 달리하는 소리의 주파수)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기저막의 최소 거리 개념을 제시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개발한 인공 음향센서로 도로를 달리는 버스, 트럭, 오토바이 등 고속·고중량 차량의 주행음(소리)을 식별해 차량의 종류를 구별하는 데도 성공했다. 주파수 분리 능력과 전기신호 검출 능력을 검증받은 것이다.
한창수 교수는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 음향센서는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 위험신호를 미리 감지할 수 있는 조기 알림 시스템으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외에도 인공 와우 등의 청각 보조 장치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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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의 성과는 재료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6월 17일자)’에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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