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을 자세히 관찰한다는 것은 탄생에서 폭력적인 살해, 죽음으로 이어지는 순환 주기의 비디오를 빨리 감기로 보는 것과 같다. 인도주의적인 곤충은 거의 없고 초식성 곤충도 잎사귀, 싹, 잔디, 줄기를 먹어 치우며 상당한 피해를 입힌다. 그러나 아이즈먼과 내가 찾고 있던 것은 곤충 그 자체보다는 그들이 남기고 간 흔적이었다. 우리는 곤충들이 범죄 현장에 남기고 간 단서를 추적하는 과학수사관이 된 기분이었다. 곤충들은 식습관이 지저분하다. 녀석들은 새로 도착한 장소에 있는 걸 죄다 먹어치운다. 자기 알주머니를 먹는 예의 바른 유충을 제외하면 먹고 난 자리를 치우는 법도 없다. 곤충들은 허물을 벗어 던지고 닥치는 대로 배설하고 노략질을 하고 나서 자리를 뜬다. 급히 벗은 옷가지와 깨진 병, 쓰레기만 남아 있는 것이 파티가 끝나고 난 뒤의 난장판과 다를 게 없다. 아주 교양 없는 녀석들이다.
거미줄을 좀 더 보고 싶었지만 아이즈먼은 이미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사실 우리의 산책로는 직선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다. 아이즈먼은 내 곁에 있다가, 갑자기 가로수로 향했다가, 소화전 또는 가로등 같은 시설물로 다가가서 표면에 벌레가 있는지 살펴보고는 했다. 결국 주차장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그 후 2시간 30분 동안 우리가 걸은 거리는 1킬로미터가 겨우 넘는 정도였다. 계산해보면 시간당 0.4킬로미터로, 우리가 목격한 생물들 대부분, 심지어 유충들에게도 따라잡힐 수 있을 경이로운 속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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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시의 가장 평범한 동네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가 책에서 언급한 곤충 표식을 거의 모두 발견했다. 집거미가 벽돌담 위에 남겨놓은 알주머니를 보았다. 파리가 벗어놓은 껍데기를 지칭하는 '탈각'의 사례로는 가로등을 맴돌던 하루살이의 허물을 보았고, 곰팡이에 점령당한 소름 끼치는 검정파리들에게서 기생의 살아 있는 예를 보았다. 우리가 '흙'이라고 부르는 것의 상당 부분을 구성하는 지렁이 배설물과 흰 동그라미에 검은 반점이 흩뿌려진 깡충거미 배설물도 보았다. 거미줄은 아이즈먼의 표현대로 '모든 표면을 덮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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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이토록 지적인 산책>, 박다솜 옮김, 라이온북스, 1만88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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