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 현실화로 가격 상승"
"서울 아파트 거래량 아직 적어 가격 강보합 예상"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측불가"
서울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전문가들의 시장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지 여부를 두고 전망이 갈린다. 정부가 "추세적 상승으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낙관하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18일 아시아경제가 부동산 전문가 6인에게 향후 집값의 흐름에 대해 묻자, 한쪽에서는 지금 같은 거래량 추세와 아파트 공급 부족을 고려했을 때 내년에 더 오를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반면, 과거 거래량 대비 여전히 회복하고 있는 단계라 강보합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나 불안감이 지배하는 시장 분위기로 인해 가격의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내년에 더 오른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내년부터 2026년까지 집값이 매우 크게 오를 수 있다"며 "‘벼락거지’ 이야기가 한 번 더 나올 확률도 있다"고 내다봤다.
윤 연구원은 "지금은 2~3년간 고금리 탓에 주택 구매를 미뤘던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들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1~2년간 수도권 공급 실적도 부진해서 신축 입주 물량이 없다 보니 '누가 먼저 싼 매물을 가져가느냐'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그간 쌓인 물량이 완충 역할을 하는 건데, 이 물량이 다 소화되면 내년부터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출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돼도 아파트 매수 심리는 꺾을 수 없다고 봤다. 윤 연구원은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은 오는 9월로 밀렸고, 최종 3단계는 내년 여름에 적용된다"며 "시행 전까지 수요자는 더 빠르게 거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도 "인허가와 착공 같은 공급 실적이 저조하고, 3기 신도시도 지지부진한데다 공사비까지 올라 재건축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올해 초와 비교해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신생아 특례 대출까지 가세했다"며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는 경우, 내년 봄 지방 아파트 가격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보합 이어진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 랩장은 "양극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완전한 상승장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오르고 있지만, 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많아 침체를 겪고 있다"며 "서울 집값은 '가다 서다'를 반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활황기와 비교하면 거래량이 여전히 낮아서 대세 상승기가 오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황한솔 경제만렙 리서치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5000건을 넘기긴 했지만, 과거 평균인 6000~7000건대로 들어선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집값이 크게 뛸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거래량이 증가한 것은 한동안 거래량이 매우 적었던 영향도 있다"며 "시장이 회복하면서 집값은 소폭 상승세가 이어지는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앞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고 5000건~6000건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 랩장은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행돼도 상환 만기를 길게 가져가거나, 고정금리 대출을 받아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며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 완화, 전세가 상승, 가을 이사 철까지 고려할 때 거래량은 현재 수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 연구원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는 대출 규제 효과가 상쇄될 것"이라며 거래량이 보합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디로 튈지 불확실하다
서울 아파트 가격 방향이 어디로 갈지 지금은 단정할 수 없다는 견해도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초만 해도 부동산 시장의 어젠다는 '이런 고금리에 누가 집을 사냐'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급매도 다 소진됐고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자산 가치 상승 시점에 추가 상승을 바라고 집을 사는 '추격 매수'까지 할 정도로 시장이 확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 12월에 서울 아파트 매물이 5만건이었는데 지금은 8만건이다. 원래는 매물이 더 많아서 집값이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지금 집값이 오르는 것은 공급부족과 전세가 상승으로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무주택자들이 얼마나 동요하는지가 서울 아파트 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대출 한도 규제나 대출금리 인상이 영향은 미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 심리이고, 이 불안 심리 때문에 집값이 오를지 말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그는 "지금 가격 상승세는 스트레스 DSR 적용 시기가 오는 9월로 미뤄지면서 수요가 미리 쏠린 영향"이라며 "이 판을 만든 실수요자들의 매수가 끊기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처럼 떨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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