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엔 흔한 노후 배당 생활
한국은 분리과세 안돼 '세 부담'
국가 세금전략 대전환 나서야
기자는 노년에 '배당 부자'를 꿈꾼다. 꾸준히 모아가면 은퇴 후 노후에 월 현금흐름이 안정적일 것으로 판단해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배당주를 사고 있다. 하지만 배당소득이 높아지면 뭉텅이 세금을 맞을까 걱정이 앞선다. 선진국엔 흔한 '노후 배당 생활'을 유독 한국에선 보기 힘든 이유가 세금일까.
우리나라는 내년에 초고령 사회(65세 인구 비율 20% 초과)에 진입한다. 2072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운 47.7%(1727만명)가 고령이라는 게 통계청 장례인구 추계다. 기대 수명은 늘어나고 있어 이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노후 자금을 확보해야 '장수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다. 2023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은퇴 후 2인 가족의 월평균 적정생활비는 324만원, 최소생활비는 231만원이다.
자산 고갈 위험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노후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한다. 현재로선 최고의 재테크인 '월급'을 오래 받을 수 있도록 노동시장에 최대한 머물러야 하거나, 평생 연금이 나오는 주택연금 활용 등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꼽는 최고의 방법은 평생 현금 흐름을 만드는 것인데, 그런 관점에서 '배당 투자'는 매력적 투자 수단이라는 게 그들의 조언이다. 다 아는 노후자금 확보 상식이지만 우리나라 배당 부자 어르신이 적은 이유에 대해 '세금 정책' 영향이 크다고 했다.
자본시장 선진국에 배당 부자 어르신이 많은 이유는 배당이 노년기에 부(富)를 키우는 중요한 투자 수단이라는 것을 정부가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장려해서다. 고령자들이 연금과 배당으로 노후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야 국고 부담을 덜 수 있어 정부가 적극 권장한다. 이를 위해 배당 분리과세 정책을 실시한다. 일찌감치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세금 정책을 변화한 것이다.
미국에선 배당소득세가 15%로 분리과세된다. 영국과 홍콩은 배당소득세가 아예 없다. 일본은 종합과세(다른 소득과 합산)와 분리과세(배당만 따로 계산) 중에서 각자 유리한 것을 골라 세금을 내면 된다. 일본 은퇴자들은 대부분 주식·배당의 이익과 손실을 전부 통합해서 계산하는 신고분리과세 방식을 선택한다. 배당을 1000만원 받았어도 주식으로 1000만원 손해를 봤다면 상계 처리돼 내야 할 세금이 없다.
한국은 배당 분리과세가 되지 않는다. 2013년부터 11년째 고정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2000만원)을 높이거나 아니면 배당소득에 대해서만 분리과세를 해달라는 게 은퇴자들의 오랜 요구였다.
다행히 이번엔 정부가 나섰다. 지난 3일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밸류업 기업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는 저율 분리과세를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배당소득 증가분 2000만원 이하의 원천징수 세율을 14%에서 9%로 낮추고 2000만원 초과분에는 종합과세하거나 25% 단일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다.
출발은 했으니 '다행'이지만 갈 길은 멀어 '우려'스럽다. 이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 사안인데, 여소야대 의회 지형을 고려하면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지 미지수다. 국민연금은 고갈의 길로 가고 있다. 국민연금에만 기댈 수 없으니 개인 스스로 노후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 '배당' '개인연금' 등 2층 보장을 탄탄히 쌓아야 한다. 노후에 맞이하게 될 국민의 재무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금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정부의 몫이다. 정책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야당 설득에 나서야 한다. 야당 역시 '정쟁'에만 집중하면서 늦장을 부릴 때가 아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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