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에 이어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연이어 진료 축소 등 재조정에 들어가고 있지만 의료 현장의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지는 진료 축소 논란에 정부도 우려를 표하는 한편 환자와 가족들은 직접 거리로 나서 '치료받을 권리'를 위한 휴진 중단을 촉구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이날부터 '진료 재조정'에 돌입했다. 당초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었지만 전날 환자 피해 등을 고려해 진료 축소 및 재조정으로 방침을 전환했다. 사실상 휴진이지만 전면 휴진 대신 당장 진료가 필요한 중증·응급 환자들에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비대위 자체 집계에 따르면 전년 동기보다 주요 수술은 49%, 외래 진료는 30.5%, 신규환자 진료는 42.1%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병원 측은 진료 및 수술 건수가 이전과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병원 노조 측도 "실제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 교수는 10명 안팎"이라며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 이어 오는 12일 고대병원, 26일 충북대병원도 진료 재조정 및 휴진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와 환자들은 이 같은 의사들의 집단 휴진에 우려를 표하면서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아산병원의 '진료 재조정' 방침에 대해 "환자들을 위한 결정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무기한 집단휴진과 같은 극단적 방식은 중단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환자 피해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신고상담센터도 운영하고 있다"며 "환자 지원에 만전을 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92개 환자 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를 열고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계속되는 피해와 불안을 더는 참을 수 없어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직접 거리에 나섰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아픈 사람에 대한 의료 공급이 중단되어서는 안 되며 의료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줌으로써 불안을 조장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 전공의·의대 교수들을 상대로 ▲무기한 휴진 철회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의료인 집단행동 발생에 대비해 필수 의료가 중단 없이 제공되도록 관련 법률의 입법 등을 촉구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