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사는 권위주의적이지만, 권위가 없습니다. 여기서 '권위주의적'이라는 말은 교사 개개인의 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사 개인마다 성향의 차이는 당연히 있겠지요. 보다 자유주의적 성향의 교사가 있고, 보다 엄격하고 통제적인 교사도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여기서는 개인 수준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교육 문화와 교육 관행 자체에 배어 있는 권위주의적 전통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 교사는 여전히 권위주의적 문화 속에서 행동하지만, 정작 권위를 잃어버렸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교사는 아이들의 스승이 아니라, 교육 서비스의 제공자로 여겨졌고, 특히 사교육 시장의 일타강사에 비해서 수준이 떨어지는 '질 낮은 서비스 제공자' 취급을 받게 된 것이지요.
심지어 교사는 교원능력개발평가 만족도 조사의 대상이 됩니다. 교사의 학생지도에 대한 학생의 만족도, 학교생활 전반과 학교경영에 대한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를 실시합니다. 교사는 교육 서비스 제공자고,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 서비스의 소비자인 셈입니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고객만족도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교사들의 권위를 완전히 추락시킨 것이지요. 얼마 전 문제가 된 학부모의 악성 민원은 교육 시장화의 참혹한 단면입니다.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소비자의 갑질이 변형되어 학교에도 나타난 것입니다.
교권의 급격한 추락은 학부모들의 왜곡된 민주주의 인식과 신자유주의의 시장주의적 교육관이 교차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입니다. 군사독재로부터 해방된 한국인들은 민주주의가 시민적 의무와 참여에 바탕을 둔 체제라는 인식을 결여한 채 자신들의 사적 욕망을 과도하게 관철시키려 했고, 경쟁 교육의 틀 안에서 학부모는 교육 서비스의 소비자 행세를 하며 제 자식만 챙기는 것을 당연시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교사와 독일 교사의 '권위'의 차이를 낳은 또다른 중요한 요인은 교사의 정치적 시민권의 현격한 격차입니다. 독일 교사는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정치적 시민'임에 반해, 한국 교사는 아무런 사회적 영향력이 없는 '정치적 천민'입니다. 교사의 정치적 시민권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데, 아직도 한국인들은 이 문제에서 지극히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누리,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해냄출판사, 1만85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