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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Next]아워홈 남매 진흙탕 싸움…위기의 '구지은號'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3분 2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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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장녀 과반 지분…구지은 부회장 퇴출 시도
현 체제서 줄어든 배당금이 자매 연합 분열 원인
이사회 장악 후 매각 전망…자매 협상 여지도

[Why&Next]아워홈 남매 진흙탕 싸움…위기의 '구지은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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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의 경영권을 두고 남매간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아워홈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배당금을 놓고 장녀 구미현씨가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잡고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의 연임에 제동을 걸었다. 캐스팅 보터인 구미현씨가 오빠와 동생 양쪽에 모두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경영권의 향방을 결정할 임시주총으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본사에서 비공개로 열린 아워홈 주주총회에서 구미현씨와 구씨의 남편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를 사내이사로 하는 주주제안이 가결됐다. 반면 구지은 부회장을 비롯한 기존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이번 주총 결과로 오는 6월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구 부회장은 이사회에서 밀려나게 됐다. 비상장사인 아워홈의 지분은 현재 98% 이상을 네 남매가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이 20.67%, 차녀인 구명진씨가 19.6%, 장녀인 구미현씨가 19.28%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장남과 장녀가 손을 잡고 막내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무산시킨 것이다.

[Why&Next]아워홈 남매 진흙탕 싸움…위기의 '구지은號'

장남·장녀 연합…구지은 부회장 이사회 퇴출

아워홈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회장이 2000년 LG그룹에서 분리해 설립했다. 현재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단체급식과 식품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워홈의 남매간 다툼은 벌써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가장 많은 지분을 물려받은 건 장남이었지만 아워홈의 경영에 먼저 참여한 것은 막내인 구지은 현 부회장이었다.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한 구지은 부회장은 2015년 부사장에 오르며 후계자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6년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자회사 캘리스코 대표로 밀려나게 됐고, 이듬해 서울중앙지법에 임시주총 개최를 요구하며 이사직 복귀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이후 구본성 체제에 균열이 생긴 건 2020년 구 전 부회장의 '보복 운전' 논란이 터지면서다. 장남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여론의 뭇매를 맞자 세 자매는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내용의 공동매각합의서를 체결하고 그해 정기주총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 이 과정에서 구지은 부회장은 5년 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해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게 됐다.


[Why&Next]아워홈 남매 진흙탕 싸움…위기의 '구지은號' (왼쪽부터)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하지만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2022년 구 부회장이 배당을 대폭 축소하면서 장녀인 구미현씨가 강하게 반발했고, 장남인 구 전 부회장이 함께 지분 처분을 제안하면서 경영권 매각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장남과 장녀 연합은 라데팡스파트너스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했고,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 등이 실제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세 자매가 맺는 공동매각합의서로 인해 장녀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지면서 매각은 불발됐다.


그러나 이달 열린 주총에서 구미현씨가 본인과 남편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라는 주주제안을 제시하고, 구본성 전 부회장이 찬성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자매간 의결권 공동행사 협약 위반 조건을 피하면서 구지은 부회장은 다시 이사회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줄어든 배당에 등 돌린 언니

이번 다툼의 중심에는 역시 ‘돈’이 있다. 2022년 장녀인 구미현씨가 자매 연합에서 이탈하기로 마음을 먹은 데도 구지은 부회장 체제하의 배당정책에 대한 불만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구본성 전 부회장 체제에서 아워홈은 고배당 정책을 가져갔다. 2017년 68억원이던 배당금 총액은 2018년 74억원, 2019년 171억원, 2020년 456억원까지 늘어났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이후 지급한 2021년 배당금은 776억원까지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각각 38.56%, 19.28%의 지분을 보유한 장남과 장녀는 배당금의 약 60%를 수령했다.


하지만 구지은 부회장 체제로 전환하면서 배당 정책에도 변화가 생겼다. 2021년 대표이사직에 오른 구지은 부회장은 경영 정상화에 집중했다. 2020년 적자를 기록한 아워홈은 이듬해 영업이익 256억원으로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고, 지난해에는 매출액 1조9834억원, 영업이익 94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배당금은 크게 줄었다. 2022년 무배당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해 실적에 대한 배당금은 30억원으로 이전보다 크게 축소했다.


[Why&Next]아워홈 남매 진흙탕 싸움…위기의 '구지은號'

오너가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지면서 아워홈 노동조합은 구지은 현 부회장 경영 체제를 지원 사격하고 나섰다. 지난 22일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아워홈 노조는 성명을 통해 "경영에 무지한 구미현·이영렬 부부는 이사직 수용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 성장에 전혀 관심이 없고 본인 배만 불리는 구본성 전 부회장은 대주주로서 자격이 없다"며 "모든 도의적 책임을 지고 본인 주식을 즉각 매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캐스팅 보트 쥔 장녀…양쪽에 모두 협상 여지 남겨

업계의 시선은 일단 조만간 열릴 임시주총으로 쏠리고 있다. 자본금 10억원 이상의 기업은 사내이사가 최소 3인 이상이어야 하는데, 지난 주총에선 구미현씨와 남편 등 두 명밖에 확정하지 못했던 만큼 임시주총을 통해 새로운 이사의 추가 선임을 비롯해 미처리 안건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분쟁은 경영권 교체를 통한 기존 고배당 정책으로의 재전환하거나 경영권 매각을 통한 현금화가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는 장남과 장녀의 동맹이 이어진다면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만큼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대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를 토대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 운영을 이어가며 경영권 매각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기업가치가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는 점도 매각을 추진하는 입장에선 호재다.


다만 장남과 장녀의 속사정이 다소 다를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구미현씨의 경우 이번 분쟁으로 얻고자 하는 목표가 비교적 뚜렷하다. 경영권 확보보다는 배당금 또는 지분 매각 등으로 수익 창출에 더 관심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구본성 전 부회장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지분 매각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면 직접 행사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주총에서 아들 구재모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제안한 것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Why&Next]아워홈 남매 진흙탕 싸움…위기의 '구지은號'

이사회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구지은 부회장은 현재로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전향적인 배당정책 등으로 언니 구미현씨를 설득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이 안이 여의치 않다면 구미현씨의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방법이 차선으로 꼽힌다. 다만 현재 기업가치가 최대 2조원까지 치솟으며 고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 10% 이상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선 막대한 외부자금 조달 계획 마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국 캐스팅 보트는 장녀인 구미현씨가 쥐고 있다. 지금까지는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을 잡고 있지만 언제든 동생 편으로 노선 변경이 가능하다. 실제로 구미현씨는 지난 주총에서 구 전 부회장의 아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부결시켰다. 구 전 부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데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전적이 있는 만큼 무조건 힘을 실어주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존재한다.



여기에 아버지가 세운 회사를 외부에 넘긴다는 심리적 부담감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시에 지난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자신과 남편만 선임해 구지은 부회장에게 여전히 협상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양쪽에게 모두 여지를 남겨둔 구미현씨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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