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중앙연구원 통합예측진단센터 운영
내년 2월엔 원전 최초 디지털트윈 구축 예정
올해 1월 구조내진실증시험센터도 준공
지난 12일 대전 유성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중앙연구원 내에 있는 통합예측진단(AIMD) 센터에 들어가니 정면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가 한눈에 들어왔다. 화면은 한빛·한울·새울·고리·월성 등 5개 원자력 본부 운영 상황을 직관적인 숫자와 시각 자료로 보여줬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 오후 3시경 5개 본부중 한빛 본부의 건전성 지수는 98%로 표시됐다. 설비 하나에서 경고 신호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한수원 디지털플랜트그룹 예송해 부장은 "이처럼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해당 원전의 설비 담당자와 함께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찾아 사고를 예방한다"고 설명한다. 한수원은 AIMD센터의 이같은 자동예측진단기술을 이용해 지난해 14건의 주요 설비 고장을 예방할 수 있었다.
2022년 운영시작한 AIMD센터…전국 26개 원전 이상징후 사전 진단
AIMD센터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원전을 모니터링(Monitoring)하고 진단(Diagnosis)하는 곳으로 2022년 운영을 시작했다. 설비 진동 분석 전문가를 포함해 6명이 상주 운영하고 있다. 하루 평균 100여대 이상 설비 상태를 자동 진단한다.
이곳에서는 한수원이 운영하고 있는 전국 26개 원전에 있는 터빈, 발전기, 냉각기, 펌프, 변압기 등 1만2387개 설비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해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핵심 임무다. 한수원은 10년 이상 쌓인 데이터에서 특징들을 추출,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설비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있다.
회전 및 전력 설비의 경우에는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적외선(IR) 이미지를 분석하고 설비의 이상 여부를 진단한다. 또 26개 원전에 설치돼 있는 같은 설비를 비교 분석하는 동종 설비 비교 진단 기술도 활용하고 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위험 지역에서는 무인 센서를 장착해 모니터링한다.
한수원 중앙연구원 김대용 계전연구소장은 "AI를 이용함으로써 사람이 인지하기 전에 이상 징후를 포착할 수 있으며, 대규모 설비를 동시에 감시할 수 있어 인력 감축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트윈 세계 최초 개발…가상공간서 문제 예측·점검 가능해져
한수원은 사전예측진단 시스템과 더불어 전 세계 원전 최초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도 개발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이란 가상 공간에 실제 원전과 똑같은 원전을 형상화한 것을 말한다. 디지털트윈을 이용하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한수원은 3D와 가상현실(VR)기술을 활용해 디지털트윈에 아바타와 메타버스(metaverse) 시스템도 구현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원자로 냉각재 펌프에 이상 신호가 포착되면 아바타를 이용해 현장을 점검할 수 있다. 또 서로 떨어져 있는 전문가들이 가상 공간에 모여 원인 분석과 대응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실제 AIMD센터 모니터 왼편에는 한울 원전 5호기 냉각재 펌프가 디지털트윈 형태로 구현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있었다.
한수원은 현재 APR1400 노형이 적용된 새울 원전 1·2호기를 대상으로 디지털트윈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2단계 사업이 진행중이며 내년 2월에 개발을 완료한다. 앞으로 혁신형 소형모듈원전(SMR)에도 디지털트윈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발전소에 디지털트윈을 구현한 것은 미국 GE가 화력발전소에 구현한 것을 제외하고는 아직 사례가 없다.
구조내진실증시험센터 준공…지진 발생시에도 안전가동할 장비 개발
같은 날 한수원 중앙연구원이 지난 1월 준공한 구조내진실증시험센터도 찾았다. 이곳은 가로세로 5m 크기의 대형 진동대와 가로세로 2m 크기의 소형 진동대를 비롯해 원전의 구조 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비파괴장비 20여종도 갖추고 있다. 이 시험 장비들은 원전 주요 기기 및 구조물의 내진 검증, 극한시험, 구조 건전성 평가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의 내진 시험 분야 성능검증 기관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안전모를 착용한 후 실제 지진을 모사하는 대형 진동대에 중력가속도 0.2g(리히터 규모 약 6.5 수준)의 흔들림을 가하는 시험을 지켜봤다. 진동대 위에서 면진 장치(지진 하중을 저감시키는 장치)가 부착된 MCC(모터 컨트롤 센터) 설비는 안정적으로 좌우로 흔들렸다. 반면, 아무런 장치도 없는 MCC 설비는 상부로 올라갈수록 흔들림이 심해졌다. 중앙연구원 구조내진그룹 김진철 차장은 "이같은 실험을 통해 실제 지진이 일어났을 때 안전하게 가동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의 내진 설계 기준은 일반 건축물과 개념이 다르다. 건축법은 붕괴 방지와 인명 안전을 목표로 하지만 원자력안전법은 '안전 기능이 손상되지 않는 정상' 가동'을 목표로 한다. 국내 설치된 OPR1000(신고리1·2호기 등) 노형은 0.2g, APR1400(신한울1·2호기 등) 노형은 0.3g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가장 높은 강도의 지진은 2016년 경주 지진으로 리히터 규모 5.8이었다. 이는 중력가속도로 환산하면 0.1g에 해당한다.
한수원 중앙연구원은 국내 지진과 지진해일을 연구하고 단층 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박종희 구조내진그룹장은 "국내 설치된 원전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원전을 안전하게 가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문가들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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