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분량의 판결문 작성은
재판지연 원인 중 하나
젊은 판사 ‘각주’ 판결문 늘어
상고사건도 매년 4만 건 몰려
조희대 코트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현직 판사가 ‘대법원의 파기자판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판결문 간이화’와 ‘상고심 제도 개선’ 등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된 방안들을 다시 원점에서 검토하는 분위기다.
일선 현장에서는 법원장이 직접 재판하는 ‘법원장 재판’이 본격화되고, 한편으로는 가용한 재판 지연 개선안이 활발하게 논의 테이블에 오르면서 위아래 할 것 없이 모든 법관이 참여하는 사법 복원이 진행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관 고령화… ‘판결 간이화’ 필요”
법률신문 취재 결과 법원행정처도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한 주요 업무 중 하나로 판결문 간이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이 점차 복잡다기해지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긴 분량의 판결문 작성은 재판 지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논문이나 연구 저서에서 많이 쓰는 ‘각주(脚註)’를 단 판결문이 늘어나는 추세다.
조 대법원장은 2월 기자 간담회에서 “(대법원장이 된 후) 판결문을 쉽고 간이하게 쓰는 것을 다시금 강조한 이유는 국민이 알기 쉽게 하기 위함도 있지만, 예전과 달리 법관이 주말까지 밤늦게 일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사실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대륙법계와 영미법계 판사의 역할을 언급하며 미국의 판결문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미국은 1심에선 기본적으로 합의재판이 없다. 미국은 (판사가) 진행만 하고 모든 결론은 국민이 떠맡아서 배심 재판으로 결론 내린다. 우리는 3200페이지의 무죄 판결이 나오지만, 미국은 무죄가 나면 판결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판결문 간이화는 일정 경력 이상의 법조인이 법관이 되도록 하는 ‘법조일원화’ 시행과 맞물려 도입 필요성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사법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법조일원화 시대에 걸맞은 제1심 판결서 작성 방식의 개선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법조일원화가 시작되면서 신임 법관과 전체 법관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고 향후 7년과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요구할 경우 법관 고령화가 더욱 가속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판결문을 간이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춤했던 상고심 개선 논의도 고개
한편 사법부의 숙원 사업인 ‘상고심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사건 폭주로 한계점에 다다른 상고심의 제도 개선을 위해 과거 양승태 코트는 상고법원 도입을 시도했지만,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무산됐다.
아직도 상고사건은 매년 4만 건 이상 대법원으로 몰려든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모든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오는 상황에서 서둘러 상고심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결국 국민의 재판 청구권이 침해될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 국가는 상고허가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상고허가제나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 등이 현실적 개선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법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상고허가(certiorari) 제도라는 실질심리 사건 선별 제도를 운영하면서, 1년에 접수되는 수천 건의 상고허가 신청사건 중 1~2% 내외의 극히 일부 사건만을 선택해 실질심리한다.
박수연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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