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빼돌리다 적발돼 입찰제한 심사
항공핵심기술 3국유출의혹에 전면조사
국내 방산기업들이 줄줄이 경찰조사와 징계위 대상에 오르고 있다. 군사기밀을 불법으로 빼돌린 사안인 만큼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24일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방산기업들이 군사기밀과 관련한 조사가 이어지고 있어 ‘K-방산’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규정을 통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밀 빼돌린 기업… 심의 미뤄져= 도마 위에 오른 기업은 HD현대중공업이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방사청은 오는 27일 계약심의위원회를 연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2012년 2015년까지 3년여 동안 군사Ⅲ급 비밀을 8회 이상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심의위는 이를 놓고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심의를 진행한다. HD현대중공업이 입찰 참가 자격에 제한이 결정되면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사업은 사실상 물 건너 간다. 방위사업법 시행규칙(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세부 기준)’에 따르면, Ⅱ급 또는 Ⅲ급으로 지정된 비밀의 제공을 요구하거나 받은 사실이 있는 경우 5년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27일 기밀 훔친 HD현대중공업 심의 예정
앞서 엄동환 전 방사 청장은 그동안 군사기밀을 유출한 HD현대중공업의 제재를 장담해왔다. 지난해 방사청 국정감사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법원 판결문 확보가 어려워 구체적인 심의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최근 판결문을 확보했다"며 "계약심의를 통해 부정당제재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방사청은 지난해 11월 최종 판결에서 HD현대중공업 직원의 유죄가 확정되자 심의에 속도를 내는 듯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그해 12월에 진행된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계약심의원회에서 부정당 제재 결정을 돌연 보류했다. 엄 전 청장은 결국 심의하지 않고 물러났다. 방사청이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불법 수출한 총기업체는 조사 중= ‘K-방산’의 주요 수출 품목인 소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경찰은 국내 총기 제작업체인 다산기공도 조사하고 있다. 다산기공은 지난 2016년부터 아랍에미리트(UAE)에 총기를 납품했다. 하지만 경찰은 최근 UAE가 아닌 제3국으로 총기가 불법 반출된 것으로 보고 업체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분쟁지역인 중동에 일련번호가 없는 총기가 납품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소총이 불법 수출될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등 전쟁에 사용될 가능성이 커 국내 방산업계 이미지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무허가수출을 차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AI는 제3국에 기밀 빼앗겨도 ‘쉬쉬’
▲기밀 유출 쉬쉬한 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근무하던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은 기밀을 유출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KAI는 조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일반자료만 담겨 있다”며 사건을 숨기기 바빴다. 하지만 군 당국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 -21 자료를 유출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방위사업청·국군방첩사령부·국가정보원으로 구성된 정부합동 조사팀은 인도네시아 기술자 A씨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35일 만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정식수사를 시작하면 A씨가 군사기밀이나 방위산업기술보호법에 저촉되는 자료를 빼돌린 게 있는지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근무하던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은 KF-21 개발 과정 등 다수의 자료가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유출하려다 지난 달 17일 적발됐다. 수사 의뢰 대상인 A씨는 이 가운데 팀장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합동조사팀은 A씨 등을 출국 금지하고, 이들이 유출하려 한 정보와 경위 등을 확인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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