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선 낙관론 vs 신중론 교차
기업 실적 개선 등 전망, 추가 상승에 베팅
더 오를까, 조정 국면에 들어설까. 미국 월가에서 최근 5000선을 돌파한 S&P500지수를 둘러싸고 ‘낙관론’과 ‘신중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골드만삭스가 추가 상승 전망에 힘을 보탰다. 올 연말 S&P500지수가 5200선까지 뛰어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 미 경제의 연착륙(Soft landing) 전망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수석전략가는 최근 투자자 노트를 통해 올해 말 기준 S&P500 전망치를 기존 5100에서 5200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4700선에서 같은 해 12월 5100선으로 높인 데 이어, 약 두 달 만에 다시 상향에 나선 것이다.
이는 월가 주요 투자기관들이 내놓은 수치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월가 대표 강세론자인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톰 리, 오펜하이머 자산운용의 존 스톨츠푸스 등의 전망과 동일하다. 금요일인 지난 16일 종가 기준 대비로도 3.9%가량 높다. 그만큼 뉴욕증시에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셈이다.
이처럼 골드만삭스가 월가 강세론자들의 대열에 합류한 배경에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개선 추세가 존재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기존 237달러에서 256달러로 상향했다. 특히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구글 알파벳, 메타플랫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 주식 중 5개 종목이 포함된 정보기술·통신 부문에서 강력한 경제 성장과 더 높은 이익이 확인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틴 전략가는 "대형주들의 강한 펀더멘털은 올해 S&P500지수의 전체 이익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EPS 전망을 명확하게 끌어올리는 상방 압력은 예상보다 강력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대형주들의 지속적인 어닝서프라이즈"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S&P500 상장기업들의 이익은 전년 대비 8.8%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앞서 오펜하이머 자산운용의 스톨츠푸스 수석전략가 또한 "소비자와 기업이 놀라울 만큼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나타난 증시 랠리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24년 한 해 동안 기업수익이 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에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도 조만간 S&P500 전망치 상향 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월 중순을 기준으로 한 주요 투자은행 소속 전략가 12명의 S&P500 지수 전망치 중앙값은 4950이며, BoA를 비롯한 일부 전략가들이 연말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표적인 약세론자인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기술주 중심의 랠리가 타 부문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모건스탠리의 올해 S&P500 전망치는 현 수준에서 10%가량 낮은 4500선에 그친다.
인공지능(AI) 랠리,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에 힘입어 최근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어온 S&P500지수는 지난주 소폭 하락하며 5주 연속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에 따라 월가 안팎에서는 그간 랠리에 따른 차익실현, 고점 부담 등 조정 국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번 주에는 1월 연방공개시장이사회(FOMC) 의사록, 엔비디아 실적 발표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3월 금리 결정을 앞두고 Fed 당국자들의 발언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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