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억제 목표 달성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계 각국이 지구 온난화 대응을 위해 설정한 기온 제한선이 예상보다 빨리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년 지구 평균 기온이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영국 기상청은 8일(현지시간) 발표한 지구 기온 전망에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며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지구 온도 상승 폭이 내년에 1.34∼1.58도 사이가 될 것이며, 중앙 추정치는 1.46도”라고 예상했다.
분석을 주도한 영국 기상청의 닉 던스톤 박사는 “올해와 내년 2년 연속으로 지구 기온이 경신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 최초이자 일시적으로 상승폭이 1.5도를 초과한다는 합리적인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구 기온 상승폭 1.5도는 과학자들이 제시한 기후변화에서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국제사회는 이를 바탕으로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 나아가 1.5도 이하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온 상승폭 1.5도 이하 억제라는 목표가 사실상 달성 불가능한 희망사항으로 보고 있다. 최근 수년간 기후변화가 가속하면서 1.5도를 초과하는 시점이 점차 앞당겨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라 나왔다. 지난달 17일에는 일시적이긴 해도 관측 사상 처음으로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평균 대비 2.06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가브리엘 베치 교수는 올해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에 대해 “여러 온난화 요인이 비정상적으로 결합한 것에 따른 단기적 기온 상승”이라면서도 “인류는 지난 150년간 온실가스를 늘려왔고, 이는 우리를 기록 바깥에 있는 미지의 영역으로 밀어넣을 가능성을 훨씬 더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관측한 기록으로는 지구가 가장 더웠던 해는 2016년이다. 그러나 WMO는 “이 기록이 5년 이내에 깨질 확률이 98%”라고 예상했다. 이는 엘니뇨 현상이 올해 도래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놓은 관측이었는데, 올해 엘니뇨가 실제로 발생하면서 이상 고온 현상이 빠르게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엘니뇨는 적도 지역 동태평양의 감시 구역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상승하는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뜻한다. WMO에 따르면 6일 기준으로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예년보다 3~4도가량 상승했다
지금 뜨는 뉴스
던스톤 박사는 “1.5도를 일시적으로 초과하는 것이 파리협정 위반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그러나 1.5도를 넘는 첫해는 분명히 기후 역사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