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금리 역전 현상 지속
고신용자 금리는 오르고
중·저신용자 금리는 떨어져
일부 인터넷은행들에서 중·저신용자를 끌어안으려다 고신용자를 오히려 역차별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고신용자 고객이 중요하지만,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비중 목표치를 맞춰야 하는 압박 속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케이뱅크에서는 고신용자의 신용대출 금리가 중·저신용자 금리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6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일반신용대출 금리(11월 공시·10월 중 취급 기준)는 신용점수 1000~951점 구간에서 7.50%로 집계됐다. 이는 850~801점(5.73%)보다 1.77%포인트 높다. 800~751점(6.03%)과 비교해도 1.47%포인트 높고, 750~701점(5.93%), 700~651점(5.96%)과도 1.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950~901점 구간도 7.55%로 7%대를 기록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에서 같은 신용점수의 금리가 5.7~6.08%인 것과 비교하면 1.47%포인트 이상 높다. 카카오뱅크(6.11%)·토스뱅크(7.17%)와 비교해도 케이뱅크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케이뱅크에서는 이 같은 역전 현상이 지난 8월 중 취급한 대출부터 10월 중 취급한 대출까지 3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고신용자 대출 금리는 오른 반면, 중저신용자 금리는 떨어졌다. 10월 중 카카오뱅크가 취급한 신용대출 금리는 1000~951점 구간에서 5.92%, 950~901점 구간에서 6.11%를 기록하며 각각 전달 대비 0.35%포인트, 0.31%포인트 올랐다. 반면 850~801점, 800~751점, 750~701점 구간에서는 0.35%포인트, 0.12%포인트, 0.09%포인트씩 떨어졌다.
인터넷은행들에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달성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지속해서 중·저신용자의 금리를 낮췄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의 9월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각각 26.5%, 28.7%를 기록했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의 연말 목표치는 각각 32%, 30%다.
토스뱅크는 다소 독자노선을 걷는 모습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10월 중 취급한 신용대출의 평균 신용점수 각각 835점, 837점인 반면 토스뱅크는 923점으로 상대적으로 고신용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토스뱅크의 경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9월말 기준 34.46%를 기록해 6월말(38.5%) 대비 4.04%포인트 떨어졌고, 지난 3월말(42.06%)부터 2분기 연속 하락세다. 다만 수치만 놓고 보면 토스뱅크가 인터넷은행 3사 중에 중·저신용자 비율은 가장 높다. 이와 관련 토스뱅크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상환 시기와 대출이동제 실행으로 인한 고신용자 유입 시기가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에도 인터넷은행의 금리 경쟁력은 사라지는 추세다. 인터넷은행들은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로 주담대를 공격적으로 늘렸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주춤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평균금리는 연 4.46%, 4.61%로 나타났다. 이는 5대 은행(4.65~4.79%) 금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고신용자 고객도 중요한 인터넷은행들은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고신용자 고객 입장에서는 내 대출은 안중에도 없다는 느낌이 들면 역차별이 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성장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넷은행 관계자도 "메기 역할을 하라고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