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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 글로벌 전쟁…고인물로 썩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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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거래소 추가 오픈 암묵적 금지
'그들만의 리그' 원화거래소 점유율 99%
미국·중국,시장 주도권 잡기 위해 경쟁 치열

"2년간 적자가 100억원이 넘습니다. 돈보다도 불투명한 미래가 더 두렵습니다. 경영자로서 직원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글로벌 전쟁…고인물로 썩는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 프로비트 사무실(사진=오유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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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만난 도현수 오션스 대표의 표정은 어두웠다. 도 대표는 잘나가던 금융 전문 변호사 출신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14년간 근무한 뒤 색다른 분야에 도전했다. 오션스는 가상화폐 거래소 프로비트를 2019년 처음 시작했다. 업계 상위권이었다. 수백개의 거래소가 난립하던 시기엔 열 손가락 안에 들었다. 2021년 4월 사용자 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매출이 '제로'에 가깝다. 2021년 9월 특정금융정보거래법(특금법) 시행 이후 프로비트를 비롯해 기존에 법인계좌(일명 벌집계좌)를 사용하던 거래소는 원화거래가 막혔기 때문이다. 원화거래란 원화(krw)로 가상화폐를 사고파는 것을 뜻한다. 특금법은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거래소만 원화거래를 허용한다.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거래소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가상화폐를 사고파는 거래만 가능하다. 사용자 입장에서 이용할 이유가 없다. 프로비트는 실명계좌 발급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연간 800억원 공중분해…줄도산 위기
가상화폐 거래소 글로벌 전쟁…고인물로 썩는 한국

프로비트뿐만이 아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27곳 중에서 원화거래가 불가능한 거래소가 22곳에 달한다. 지난해 이들은 합계 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실상 수익이 없는데 비용만 지출하고 있다. 기존 투자금으로 근근이 버티는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줄도산은 시간 문제다. 실제로 후오비코리아의 경우 지난 2월 '서비스 리뉴얼'을 명목으로 문을 닫은 이후 현재까지 재오픈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업비트·빗썸 등 원화거래가 가능한 이른바 '원화거래소' 5곳의 지난해 영업이익 합계는 8400억원이었다.


원화거래소가 되려면 실명계좌 발급 확인서를 은행으로부터 받은 뒤 금융위원회 산하 FIU(금융정보분석원)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특금법 시행 이후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십 개의 거래소가 실명계좌를 만들어달라고 은행에 요청했다. 그러나 고팍스 단 1곳을 제외하면 모두 거절당했다. 금융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으나 암묵적으로 신규 실명계좌를 열어주지 말자는 분위기가 존재한다고 현장에서는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에 가면 ‘(안 되는 거) 알면서 왜 이러냐’"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글로벌 전쟁…고인물로 썩는 한국

'그들만의 리그'…뒤처지는 경쟁력

신규 진입이 사실상 막혀버린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그들만의 리그'란 평을 듣는다. 원화거래소 5곳이 10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인다. 나머지 22개는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신세다.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코인 게이트', 테라·루나 사태는 모두 원화거래소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사고가 나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질수록 오히려 리그 안에 속한 거래소들이 만든 독과점 구조는 단단해진다. 금융당국이 원화거래소 신규 오픈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시장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글로벌 경쟁은 치열하다. 미국에서는 월가의 금융기업이 합작한 거래소 EDXM이 출범했다. 중국도 국가 주도로 NFT 거래소를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의 위상은 갈수록 추락 중이다. 빗썸과 업비트가 세계 1위였던 시절은 벌써 5년이 지났다. 거래소가 부실해 '국부 유출'도 생긴다. 세계 1위 바이낸스 사용자 가운데 10% 이상이 한국인이라는 말도 나온다. 바이낸스는 원화거래가 가능한 고팍스 인수 절차를 진행하며 국내 시장까지 넘본다.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는 "고인물은 썩게 마련이며 새로운 경쟁자가 유입돼야 국내 시장도 발전할 수 있다"며 "실명계좌 발급 문턱을 낮춰 동등한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라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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